日 다카이치 내각의 길…적극적 재정정책에 외교안보는 우클릭
아베노믹스 계승한 사나에노믹스…적극 재정과 핀셋 투자
방위비 2% 이상으로 증액…과거사로 주변국과 마찰 가능성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일본의 제104대 총리이자 첫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 사나에(64)는 적극 재정을 통한 경제 재생과 안전 보장·경제 안전 보장의 강화를 두 축으로, 일본의 지속 가능한 강인함과 풍요로움을 되찾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구상은 그가 총재선거에서 내세운 '일본열도를 강하고 풍요롭게'란 슬로건으로 압축된다.
우선, 경제정책인 사나에노믹스(Sanaenomics)는 ①과감한 금융완화 ②재정지출 확대 ③민간 투자 확대라는 '세 개의 화살'을 기본 골격으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계승한다. 총수요를 늘리는 핵심 수단인 1,2번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3번은 '과감한 위기 관리 투자 및 성장 투자'로 변경했다.
이는 성장 전략의 초점을 민간 주도에서 정부 주도의 '전략적 투자'로 전환해 경제 안보를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융합, 조선업 등 구체적인 투자 대상을 명확히 하고 있는데 효과와 목적이 명확한 곳에 지출하겠다는 뜻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러한 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통해 증가한 세수로 재정을 정상화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또 총재 선거에선 국채 발행을 더 늘릴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성장을 위한 투자를 위해 일시적으로 재정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경제 분야에서 최우선 과제로는 급격한 고물가 대응을 꼽는다. 이를 위해 유류세 인하에 나설 방침이다. 또 추경 편성에 신속히 착수해 의료·요양(개호) 분야 조기 지원에 나서고, 지자체 교부금을 통해 중소기업 임금 인상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적극적 재정 정책은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고물가 대응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새 연정 파트너 일본유신회와의 마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일본유신회는 경비 삭감 및 세출 개혁을 당의 근본 방침으로 삼고 있다.
안보 분야에선 방위비 증액과 안보 정책 변경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24일로 예상되는 중·참 양원 본회의의 소신 표명 연설에서 일본 정부가 2022년 말에 책정한 국가안보전략 등 안보 3대 문서에 대해 개정 검토를 지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 3대 문서는 △일본의 외교 및 안보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국가안보전략(NSS), △방위력의 목표와 실현 방안를 다루는 국가방위전략(NDS), △방위력을 실제로 구축하는 데 필요한 장비, 예산, 인력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5년간의 기간을 설정하여 명시하는 방위력정비계획(DBP)을 뜻한다.
일본 정부는 2022년 말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하면서 종전 국내총생산(GDP) 1% 수준인 방위비를 2027년도에는 2%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는데, 다카이치 총리는 이 목표를 더욱 증액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달 말 일본을 찾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러한 개정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외에 안보 역량 강화를 위해 구난(救難) 등 비전투 목적의 5가지 유형에 한정된 수출 규정을 철폐하여 방위 장비 수출을 추진할 방침이다. 국영 군수공장을 도입하고, 원자력 잠수함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검토한다. 또 무인기(드론)의 활용 확대 및 우주사이버 분야의 방위력 강화도 주요 의제로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념적으로 강경 보수 색채가 분명한 다카이치 총리 취임은 정치·외교 분야에서는 자민당 정권의 보수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평화헌법 개정을 지지하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다카이치 총리는 외국인을 배척하는 듯한 언행까지 갖췄다.
온건 보수 성향의 연정 파트너였던 공명당이 다카이치의 총재 선출 직후 자민당과의 26년 협력관계를 끝낸 것도 이런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다카이치는 미일 동맹을 최우선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동참할 전망이며, 한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과는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카이치는 총재 선거에서 '다케시마의 날' 행사 참석자의 격을 높여 각료 참석을 주장했다. 다케시마는 일본이 일방적으로 독도를 지칭하는 지명이다. 올해 야스쿠니 신사 추계예대제(정기 가을 제사) 참배를 하지 않기로 했지만 지난해 총재 선거에선 참배 의사를 밝혔다. 총재에 오른 뒤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적시 적절히 판단한다"고 다소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중일 관계도 보다 엄격한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경제 안전 보장 강화, 방위비 대폭 증액과 같은 강경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해양 진출이나 군사력 증강에 대한 강한 위기의식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또 이전 정부에서 경제안보담당상으로서 공급망 강화와 중요 기술의 유출 방지도 중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외교 협상 경험이 많지 않다. 이달 초 열린 총재 선거를 앞두고 대미 투자와 관련해 "불평등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의 재협상"을 언급했다가, 곧바로 "미일 합의를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밖에 전통적 가족관을 중시하는 사회적 보수주의 성향이 뚜렷하다. 결혼 후 부부가 다른 성(姓)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에 반대한다. 여성 인재 등용 의사는 밝히고 있으나, 할당제(쿼터제) 등 급진적인 성 평등 정책에는 비판적이다. 왕위 계승에 대해선 남성 계승 원칙을 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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