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다카이치, 31년전 무라야마 전 총리에 "역사 사죄할 권리 있냐" 따져

1994년 다카이치·무라야마 설전 영상 재발굴
다카이치 "멋대로 사과하면 곤란"…무라야마 "반성하는 건 당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가 4일 당선 후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2025.10.4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의 역사 인식에 대해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자민당 총재가 당시 비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치바현 간다외어대학에서 일본학을 가르치는 제프리 홀은 17일 엑스(X)에 지난 1994년 10월 12일 다카이치 당시 중의원과 무라야마 전 총리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설전을 벌이는 영상을 공유했다.

다카이치 의원은 무라야마 전 총리가 아시아 국가들에 일본의 침략 행위에 대한 사죄를 표명한 것에 대해 "당시 일본이 잘못한 게 있었다 한다면 일본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국내적으로 그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 이름을 알려 달라"고 추궁했다.

이에 무라야마 전 총리는 "당시 군국주의였던 일본에서 지도자들은 그 책임이 있었다고 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카이치 의원은 "그 50년 전 당시 지도자가 했던 것을 잘못이라고 단정하고 사과할 권리가 현재 50년 뒤 이 나라에 맡겨졌다고 생각하냐"고 반문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나는 일본 총리로서 일본을 대표해 아시아 국가들에 피해를 준 것에 대해 매우 죄송하다는 반성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이에 다카이치 의원은 "나 자신도 아시아 사람들, 또 대전(전쟁)에서 희생된 많은 일본인에 대해 정치가로서 정말 안 좋은 일을 했다고, 이제부터 전향적으로 과거를 반성해 가자는 마음을 나타내는 것은 이상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총리 자신이 일본을 대표해 사과하고 반성을 표명하는 것은 상당히 큰일"이라고 말했다. 또 "여기에 이르기까지 국민적 논의가 있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근거로 침략 행위라고 하는 건지 명확히 보이지 않으면 마음대로 (나라를) 대표해서 사과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재는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 일관되게 부정적 입장을 보여 왔다. 그는 지난 2010년 잡지 인터뷰에서 자신이 총리가 된다면 새로운 역사 견해를 발표해 무라야마 담화를 무효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당 정무조사회장이던 2013년에는 "침략이라는 문언을 넣은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무라야마 전 총리가 별세한 이후에는 그가 자민당과 연립 정부를 수립한 점을 들어 "나 자신도 지금 비슷한 입장에 있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