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컨테이너선 북극항로로 20일만에 영국 도착…시간 절반 단축
폭풍 만나 이틀 지연됐는데도 중국-유럽 철도특송보다 빨라
러와 협력 필수…기상변화 심하고 내빙선 비싼 것도 부담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중국 컨테이너선 이스탄불 브리지호가 북극항로를 통해 20일 만에 영국에 도착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린인사이트에 따르면 이스탄불 브리지호는 지난달 23일 중국 닝보·저우산항을 출발해 북극해를 가로질러 지난 13일 영국 펠리스토항에 도착했다.
40일이 걸리던 기존 수에즈 운하 항로나 50일이 소요되는 남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보다 운송 기간이 절반 이상 단축됐다. 약 25일이 걸리는 중국-유럽 철도 특송보다 빠르다.
심지어 노르웨이해에 불어닥친 폭풍 에이미 때문에 이틀 정도 일정이 지연된 결과다.
이스탄불 브리지호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등 14억 위안(약 2800억 원) 상당의 첨단기술 제품을 가득 싣고 있었다.
북극의 저온 환경은 첨단 제품처럼 시간이나 열에 민감한 화물의 품질을 유지하는 데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송 시간이 짧아지면 운송 비용 절감은 물론 기업의 재고 부담이 최대 40%까지 경감돼 공급망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미국과 무역 갈등을 벌이는 중국 입장에서 북극항로는 전략적 가치가 크다. 미 해군의 영향력이 강한 믈라카 해협 같은 전통적인 해상 길목을 우회할 수 있는 대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북극항로 구상에서 핵심 파트너는 러시아다. 북극항로의 약 90%가 러시아 연안을 통과하기에 러시아와의 협력은 필수다. 중국 신생 선사 뉴뉴시핑 등은 내빙 컨테이너선 건조를 위해 러시아 국영 기업 로사톰과 협력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북극항로가 당장 활용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예측 불가능성 때문이다. 이스탄불 브리지호가 폭풍 에이미를 만났듯 기상 변화가 심하고, 얼음이 많이 녹는 여름철 일부 기간에만 운항 가능하다. 유빙도 많아 정기 운항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힘들다.
경제적 부담도 크다. 얼음에 견딜 수 있는 고가의 내빙선 건조 비용과 높은 보험료, 러시아에 지불해야 하는 쇄빙선 호위 및 도선료는 거리 단축으로 절약한 연료비를 상쇄할 수 있다.
환경 파괴 논란도 피해갈 수 없다. 북극항로가 열린 것 자체가 지구온난화라는 비극적인 현실의 산물인데, 선박 운항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소음은 고래와 같은 해양 포유류의 서식지를 위협한다. 이런 여러 이유들로 세계 최대 해운사인 MSC를 비롯한 여러 국제 선사는 여전히 북극항로 이용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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