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이시바, 중일전쟁 비판한 1940년 '반군연설' 기록 복원 추진

사이토 의원 "국민 희생 간과" 규탄한 연설…군부 반발에 속기록서 삭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중일전쟁을 비판하는 내용의 이른바 '반군연설' 기록 복원을 위한 협의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지지통신, TBS 뉴스 등에 따르면 1일 이시바 총리는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간사장에게 삭제된 반군연설 속기록 복원에 대해 여야 협의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고 복수의 자민당 관계자가 밝혔다. 이시바 총리 주변 인물들은 복원이 "총리가 직접 추진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설은 지난 1940년 2월 2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사이토 다카오 중의원이 진행한 '시나사변 처리에 관한 질문'이라는 제목의 대정부 질문이다.

사이토 의원은 당시 진흙탕으로 빠진 중일전쟁에 대해 "현실을 무시하고 성전의 미명에 숨어 국민적 희생을 간과한다"며 "국민에게 희생을 요구만 하는 것이 정부의 능사가 아니다"고 규탄했다. 당시 군부가 득세하던 일본에서 정부와 중일전쟁을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에 군부가 격렬히 반발하자 고야마 쇼쥬 당시 중의원 의장은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속기록에서 연설 후반부를 삭제했다. 사이토 의원은 의원직 제명 처분을 받았다.

온건한 역사 인식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이시바 총리는 반군연설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2018년 7월 효고현 도요오카시의 사이토 기념관을 방문했고, 전후 80년인 올해 1월에는 사이토 의원을 언급하며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나라는 기울어진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 그가 퇴임 직전 발표할 '전후 80년 견해'에도 사이토 의원과 연관된 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

부적절한 발언을 이유로 삭제된 속기록 복원은 전례가 없다. 이를 복원하려면 여야 합의가 필요하며, 중의원 의장 자문기관인 의회제도협의회가 복원 여부를 판단한다. 입헌민주당 등 야당은 적극적이지만 자민당 내에서는 신중론이 있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