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럽산 통신장비에 칼날…시진핑 '기술 자립' 가속
노키아·에릭슨 장비 대상 '보안 심사' 강화…중국내 점유율 급락
EU의 중국산 장비 통제는 저렴한 가격·외교 부담에 속도 더뎌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중국 정부가 자국 통신망에서 유럽산 장비 사용을 제한하며 서방 기술과의 분리를 본격화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핵심 기술 인프라의 자립을 강조하는 가운데, 노키아와 에릭슨 등 유럽 통신장비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점점 밀려나는 모습이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국영 통신사와 공공기관 등 IT 장비 구매처들이 외국산 입찰에 대해 보안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특히 스웨덴의 에릭슨과 핀란드의 노키아는 계약 체결 전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의 블랙박스식 보안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장비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이러한 심사는 통상 3개월 이상 소요되며, 최종 승인을 받더라도 불확실성과 지연으로 인해 중국 업체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중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이런 조처를 한다면, 유럽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중국의 조치는 유럽 각국이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그러나 유럽 내에서 실제로 중국 업체의 점유율에 큰 변화는 없었으며, 화웨이와 ZTE는 여전히 유럽 모바일 인프라 시장의 30~35%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2022년 사이버 보안법 개정 이후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에게 보안 위험이 있는 장비 구매 시 CAC 심사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외국 업체들은 시스템 구성 요소와 국산화 비율을 상세히 제출해야 했다.
이 같은 규제 강화로 인해 에릭슨과 노키아의 중국 내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2%에서 지난해 4%로 급감했다.
유럽연합(EU) 중국상공회의소는 최근 IT·통신 분야의 현지화 요구가 유럽 기술기업에 "존립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회원사 설문조사에서도 약 75%가 규제로 인해 사업 기회를 잃었다고 응답했다.
한편 유럽 각국도 중국산 장비에 대한 보안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과 외교적 부담으로 인해 규제 도입은 더딘 상황이다. EU 집행위원회가 5년 전 고위험 공급업체 배제를 권고했지만, 2025년 6월 기준 실제로 제한 조처를 한 국가는 27개국 중 10개국에 불과하다.
독일은 2029년까지 고위험 업체를 단계적으로 퇴출할 계획이지만 현재 5G 장비의 59%가 중국산이다. 게다가 독일 산업계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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