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차기 日총리에 "역사 직시할 용기 필요…한일관계 후퇴 없어야"(종합2보)

"서로 다른 나라이기에 인식의 차이 있을 수 있다"
"1년에 한두번 오가는 게 아니라 더 자주 왕래해야"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3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30일 부산에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으로 임기 마지막 외교 일정을 마친 뒤 차기 정권에 한일관계 발전을 강하게 당부했다.

일본 공영 NHK 방송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 후 일본 기자단에게 "차기 정권에서도 이 관계를 불가역적으로 후퇴시키지 않고 발전적으로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서로 다른 나라이기에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와 성실함을 가져야 한다"며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솔한 접근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3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셔틀 외교의 실질적 강화를 위해 한일 정상의 교류가 더욱 빈번하게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한일 정상들이) 1년에 한두 번 오가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더 자주 왕래하는 것이 물리적·시간적 근접성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셔틀 외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됐으면 좋겠다. 셔틀 외교 실천을 통해 한일 협력 관계가 더욱 견고해지고 한일 간의 긴밀한 연계가 지역과 세계를 위해 기여할 수 있도록 일본으로서 노력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이시바 총리의 후임을 결정할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내달 4일 치러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한일 협력 기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북한 비핵화·안보 분야 전략적 소통 합의…저출산·고령화 등 공동과제 협력 발표

이날 두 정상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8월 '핵무장력의 급진적 확대'를 선언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일 및 한미일 공조를 더욱 긴밀히 하기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총비서와의 대화에 의욕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이 보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3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두 정상은 안보 분야에서 전략적 소통을 지속하기로도 뜻을 모았다.

한일 양국은 공통으로 당면한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저출산과 고령화, 지방소멸 등 양국이 공통으로 겪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간 협의를 지속한다는 내용의 공동 문서를 발표했다.

이시바 총리의 부산 방문은 지난 8월 말 이 대통령이 일본을 처음 방문한 데 따른 답방 성격이었다. 회담이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이뤄진 건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라는 공통의 사회 문제에 대한 양국 정상의 공감대가 반영된 결과다. NHK는 이시바 총리가 이번 회담을 통해 다음 정권에 외교적 성과를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는 닛케이 인터뷰에서 "정권 이양기에 과도한 약속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지금까지 쌓아 온 양국 관계의 성과를 확인하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상호 방문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회담에 앞서 이시바 총리는 2001년 일본 지하철역에서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의인 이수현 씨의 묘소를 찾아 헌화하고 묵념했다. 이수현 씨의 묘소를 일본 현직 총리가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past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