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대 로봇 눈"…로봇 굴기 뒤엔 중국식 산학연 모델

[中로봇밸리를 가다]③ 유니트리에도 적용된 류싱커지
홍콩대 마스 실험실 출신…산업용 센서 회사서 로봇 생태계 핵심으로

류싱커지 관계자가 광둥성 선전에 위치한 본사에서 자사의 오딘1(왼쪽)과 포켓2를 시현하고 있다. ⓒ News1 정은지 특파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중국 광둥성 선전시 로봇밸리 끝자락의 홍콩-마카오청년 창업센터에 자리 잡은 류싱커지(Manifold Tech·留形科技)는 2022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1990년대에 출생한 '90허우'를 주축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올해 6월 세계 최초로 공간 감지와 공간 기억을 동시에 갖는 로봇의 눈을 구현한 제품인 오딘1(Odin1)을 출시했다. 오딘1의 가격이 세계 최초로 1만위안(약 200만원) 이하인 '수천위안'에 가격이 형성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오딘1은 레이저 라이다와 컬러 카메라 등 다중 모드 센서를 융합하고 자체 알고리즘인 MindSLAM의 실시간 그래픽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사물의 자세와 형태를 정확하게 재현해 공간 정보를 수집부터 시각화까지 전 과정을 완전하게 구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더 정확하고 지능적으로 '3차원 공간 인식'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미 중국 대표 휴머노이드 기업인 유니트리가 자사의 로봇 개와 휴머노이드 로봇에 오딘1을 적용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로봇 제품에 '눈' 역할을 하는 오딘1이 장착된다면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능적으로 공간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류싱커지는 휴대형 3D 스캐닝 장비인 포켓 시리즈도 개발해 출시한 상태다.

경량화된 설계 방식으로 로봇이나 자율 내비게이션 플랫폼 등에 탑재하기 적합한 이 제품은 현재 소방 긴급 대응, 문화재 복원, 산업 순찰 등 분야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다. 오딘2는 현재 테스트 단계에 접어 들었다.

'로봇의 눈'이 되는 제품을 개발해 생산하는 류싱커지가 최근 중국 내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배경으로는 중국 특색의 '산학연' 모델의 성공 방정식을 다시 한번 입증한 사례이자, 중국 로봇 산업의 빠른 성장세에 올라탄 기업이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친여우밍 류싱커지 창업자 겸 CEO, 장푸 홍콩대 기계공학과 마스 실험실 교수, 쉬웨이 류싱커지 CTO. ⓒ News1 정은지 특파원

류싱커지는 홍콩대 기계공학과 마스(Mechatronics and Robotic Systems Lab) 실험실 출신의 연구진이 설립한 회사다. 40~50명의 박사로 꾸려진 마스 실험실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의 드론기업 DJI 고문인 장푸 교수가 이끄는 팀으로 주로 드론의 설계 및 제어, SLAM(동시 위치추정 및 지도 작성), 로봇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마스 실험실의 친여우밍, 쉬웨이 등 연구진은 장푸 교수의 지도하에 3D 공간 인식 및 재구성, 센서 융합, 공간 데이터 플랫폼을 개발 및 연구하는 류싱커지를 창업했다.

회사 설립 초기만 하더라도 중국 내 로봇 산업이 지금 수준으로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측량이나 산업용 센서를 주로 만들며 3D 스캔 기술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중국 로봇 산업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핵심 부품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현재는 수십 개 정도의 로봇 기업과 협력할 수준으로 성장하며 중국 로봇 생태계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홍콩과 맞닿은 선전에 본사를 설립하면서 정부의 보조금이나 사무실 무상 지원 등과 같은 정책적 지원도 회사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현재 선전에는 로봇 공장을, 홍콩엔 연구소를 기반으로 50명 내외의 팀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선전엔 연구 개발 인력들도 많고 공급망 측면에서 강점이 있어 장점이 많다"고 전했다. 산업에 대한 시장에 관심에 힘입어 수천만위안 규모의 프리A라운드 투자 유치를 마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내에는 류싱커지와 마찬가지로 대학 연구 프로젝트나 실험실에서 태동한 기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선전에 본사를 둔 DJI다. 홍콩 과기대 실험실의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DJI는 현재 민간 드론, 산업용 드론 제조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 받았다. 이 외에도 로봇 자율 위치 확인 및 내비게이션, 핵심 센서 등을 연구 및 개발하는 슬램텍(SLAMTEC·思岚科技)과 협동로봇 제조사인 자카로보틱스는 각각 상하이 교통대의 SLAM 연구팀과 협동로봇 연구팀 출신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식 산학연 모델이 중국이 로봇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던 요인 중 하나라고 진단한다. 대학교 산하 연구실 출신 창업자나 연구원이 포함돼 있어 기술 전문성 확보에 용의하고 연구실에서 검증된 기술을 즉시 산업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대학 내 연구를 장려하거나 스타트업 지원금, 세금 감면, 사무실 제공 등과 같은 지원을 제공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여기에 선전과 같은 지역의 경우엔 로봇 산업 클러스터가 이미 형성돼 있어 초기에 시장에 진출한 스타트업이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이를 양산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란도 단축할 수 있다는 평가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