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가 눈부셔'…소에 흰 줄무늬 그린 日과학자 이그노벨상 수상

소가 얼룩말처럼 변하자 흡혈 파리 착륙 수 절반 감소

사진: 아이치현 농업종합시험장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일본 연구팀이 소에 얼룩말처럼 흰 줄을 칠하면 흡혈 파리의 공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실험 결과로 올해 이그노벨 생물학상을 수상했다. 이그노벨상은 노벨상을 패러디해 기발하지만 의미있는 연구에 수여하는 상이다.

19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전날(18일) 이그노벨상 주관사인 미국 하버드대 과학 유머 잡지인 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대에서 시상식을 열었다. 일본 국립 농업·식품산업기술종합연구기구 소속 코지마 토모타카 연구팀은 이 연구를 ‘얼룩말 무늬를 칠한 소는 흡혈 파리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는 제목의 논문에 담아 이 상을 받았다. 이는 2016년 상을 받은 ‘흰말에 파리가 덜 앉는다’는 유럽 연구를 확장한 것이다.

일본 연구자들은 소에 아무것도 칠하지 않은 경우, 수성 페인트로 검은 줄무늬를 그린 경우, 흰 줄무늬를 그린 경우를 각기 비교했다. 그 결과 무늬가 없는 소에게는 평균 128마리의 흡혈 파리가 달라붙었고 검은 줄무늬는 평균 111마리가 붙었다. 하지만 흰 줄무늬를 그린 경우 평균 흡혈 파리 55마리가 달라붙어 현저하게 적었다.

흰 줄무늬 덕에 흡혈 파리의 착륙 횟수가 최대 50%까지 감소한 것인데, 과학자들은 흰색이 빛을 난반사해 파리의 시각 인식을 교란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검은 줄무늬의 경우 파리 착륙수가 많이 감소하지 않은 것을 보아 페인트 냄새가 원인은 아니었다. 이 연구로 기존의 살충제 사용을 흰 페인트로 대체할 수 있어 동물 복지와 인간 건강, 환경 보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AIR은 “사람들을 먼저 웃게 하고, 그다음 생각하게 만드는 연구”를 이그노벨상 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상은 1991년부터 시작돼 매년 10개 부문에서 기발한 연구를 시상한다.

한편 술을 마시면 외국어 발음이 향상될 수 있다는 연구가 평화상을, 박쥐가 술을 마시면 비행 능력이 저하된다는 연구는 항공상을 각각 수상했다. 도마뱀의 피자 선호도와 냄새나는 신발의 영향에 대한 연구도 상을 받았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