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중국은 공산당 없어야"…기습 '몰카' 시위에 열병식 앞두고 발칵
中 충칭서 프로젝터 문구 시위로 공안 허 찔러
호텔방 사전 설치한 뒤 출국해 영국서 원격 조종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새로운 중국은 공산당이 없어야 가능하다"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을 며칠 앞둔 밤. 인구 3000만 명의 대도시 충칭의 한 건물에 갑자기 대형 빔프로젝트 문구가 나타났다. 당황한 공안은 허둥지둥 영상이 발사된 곳을 찾아 나섰다. 문구는 50분이 지나서야 내려갔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10시께 충칭에서 공산당 독재를 반대하는 프로젝터 문구가 밤을 밝혔다. '거짓말은 그만, 우리는 진실을 원한다', '더 이상 노예는 없다.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등의 구호가 눈앞에 대놓고 펼쳐졌다.
공안은 한 시간이 거의 다 돼서야 인근 호텔 방에서 문구를 발사한 프로젝터를 발견했다. 탁자 위에는 자필 편지가 놓여 있었다. "당신들이 오늘은 체제의 수혜자지만 언젠가 이 땅에서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문구는 차단했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시위를 계획한 반정부 활동가 겸 행위 예술가 치홍(43)은 몇 시간 뒤 공안이 투영 장비를 끄려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공개했다.
NYT는 신개념 '몰카'(몰래카메라) 시위가 중국 공안의 허를 찔렀다고 보도했다. 치홍은 8월 중순 호텔에 미리 투숙해 방 안에 프로젝터를 설치한 뒤 아내와 딸을 데리고 영국으로 출국했다. 시위 당일 그는 영국의 외딴곳에서 원격으로 프로젝터를 켰다.
치홍의 시위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순식간에 번졌다. 한 영상은 나흘 만에 18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해외 네티즌들은 독창적인 시위가 영감을 준다고 찬사를 보냈다.
치홍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공산당은 우리를 살피기 위해 감시 카메를 설치한다. 같은 방식으로 그들을 감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안은 치홍의 어머니를 찾아 심문하고 그의 형제 한 명과 친구를 잡아갔다. 치홍은 어머니가 집 밖에서 조사를 받는 모습까지 영상으로 공개했다. 그는 아내와 딸 말고는 누구에게도 시위 계획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중국 반정부 시위 영상을 공유하는 리잉은 치홍의 시위가 3일 열병식 준비에 한창이던 당국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며 "중국 공산당 통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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