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푸틴 가스관 구애 받아줬다…'시베리아의 힘2' 계약 체결
10년 지지부진하던 협상, 서방 제재받는 러 읍소에 급물살
다급한 푸틴, 헐값에 계약할 가능성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유럽연합(EU)의 제재로 천연가스 수출길이 막혔던 러시아의 손을 중국이 잡아줬다고 CNBC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 직후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건설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고 밝혔다.
이 가스관은 연간 50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중국 공급을 목표로 한다.
시베리아의 힘 2는 10년 가까이 지지부진했다. 가격 협상 난항 때문이었다. 중국은 국내 가스 가격 수준으로 공급받기를 원했지만, 러시아는 더 높은 값을 부르면서 버텼다. 가스관이 경유하는 몽골과의 협상도 지연되고 있었다.
하지만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EU가 2027년까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을 선언하고 미국도 화석연료 수입을 금지하는 등 서방의 제재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유럽으로 향하던 연간 1200억㎥의 천연가스가 갈 길이 없어진 것이다.
결국 러시아는 절박하게 다른 고객을 찾아야 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애타는 구애에도 가격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려 협상에서 느긋한 태도를 유지했다.
영국 채텀하우스의 티머시 애시 연구원은 CNBC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번 가스관 계약에서 매우 완강하게 나갔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다급한 처지를 이용해 더 낮은 가격에 합의했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봤다.
중국이 러시아산 가스를 저렴하게 확보하면서 러시아를 자국 중심 질서에 편입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TS 롬바르드의 크리스토퍼 그랜빌 상무이사는 "이번 계약은 새로운 다극 체제의 핵심축으로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꾸준한 전략적 지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계약이 실제로 이행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양측은 아직 가스 가격이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합의하지 않았다. 과거 '시베리아의 힘 1' 가스관도 2000년대 중반 원칙적 합의 이후 최종 가격 타결까지는 거의 10년이 걸렸던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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