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정상 나란히 천안문 망루 선다…김정은 등장에 세계 촉각

시진핑, SCO 정상회의 이어 반트럼프 결속 과시…열병식서 미국 겨냥해 첨단무기 공개
'다자무대 데뷔' 김정은 중-러와 각 양자회담 전망…북미대화 재개 대비 논의 가능성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김일창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 나란히 중국 베이징 톈안먼(천안문) 망루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 3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1959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소 정상회담 이후 66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 후 미국 일방주의 독주로 인한 서방 진영의 갈등과 혼돈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반트럼프 진영의 결속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70분간 톈안먼 광장에서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시스트(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개최된다. 시 주석은 톈안먼 망루에 올라 행사를 주재한다. 시 주석의 왼쪽엔 김정은 총비서가, 오른쪽엔 푸틴 대통령이 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한다.

이들 3명의 정상이 한자리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의 경우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다자무대에 복귀하는 자리가, 김 총비서는 처음으로 다자무대에 서는 자리다.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계기로 한층 가까워진 푸틴 대통령과 김 총비서가 국제무대에 동시에 등장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날 행사는 시 주석의 개막 선언과 연설에 이어 시 주석이 군을 사열하는 열병식과 군 부대가 차례로 광장을 행진하는 분열식 순서로 진행된다. 특히 이날 중국군은 최신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무기체계를 다수 선보이며 미국을 겨냥한 군사력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부터)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5.09.01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시 주석은 8월 31일부터 이틀간 톈진에서 열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이어 전승절 80주년으로 이어지는 '슈퍼 외교위크'에 중국을 찾은 주요 협력국 정상들을 두루 만났다. 전날에도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이란·타지키스탄·말레이시아·투르크메니스탄·몽골 등 정상들과 다수의 양자 회담을 했다.

북중 정상회담 개최도 유력하다. 북중 정상이 마지막으로 마주 앉은 것은 지난 2019년 6월, 시 주석이 국빈 자격으로 평양을 공식 방문했을 당시 열린 정상회담이었다. 김 총비서가 전승절 80주년 행사 방문을 계기로 6년 8개월만에 중국을 다시 방문함에 따라 한동안 소원했던 북중 관계 개선 전환점을 맞이하는 한편 경제 협력 확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총비서의 이번 방중을 계기로 북중 간 고위급 교류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9일엔 북한 창건일(국경일) 77주년 기념일이, 10월 10일은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인데 이때 중국 고위급 인사의 방북 가능성도 나온다.

김 총비서는 푸틴 대통령과도 양자회담을 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크렘린 관계자를 인용해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두 정상이 회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정책보좌관은 푸틴 대통령과 김 총비서가 톈안먼 광장에서 시 주석과 함께 열병식 및 리셉션에 참석한 이후에도 대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중, 북러 정상이 만남에 따라 북중러 간 3자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외교 소식통은 "그간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관계를 양국 간의 관계로 판단해왔고 공개적으로 일부 국가가 그룹을 지어 제3국을 대응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며 "3개의 국가만 별도로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 총비서의 다자무대 데뷔를 계기로 향후 북미 대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을 연내 다시 만나고 싶다고 밝힌 바 있어, 김 총비서가 시 주석 및 푸틴 대통령과 향후 북미 대화 재개와 관련한 의견을 나눌 가능성도 있다.

김 총비서는 2018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며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펼치다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끝으로 국제무대에서 물러났다. 이후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터지면서 북한에서 은신했다.

6년 만에 중국 방문에 나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국무위원장)가 탑승한 특별열차가 2일 오후 중국 베이징역으로 도착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중국 도착 이튿날인 3일 중국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톈안먼(천안문) 망루에 오른다. 2025.9.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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