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기억 바꿔치기하고 영향력 과시…中, 대규모 열병식 여는 이유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중국이 오는 3일 여는 대규모 전승절 열병식이 역사를 왜곡, 활용하여 세계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는 제2차세계대전 종전에 큰 역할을 하지 못했음에도 중국과 소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기억을 재구성해 온 중국 공산당이 이번 군사 퍼레이드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강하게 시각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 조너선 친은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려 해왔지만, 사실은 시 주석의 외교 정책 전략이 성공했다면서 많은 인사들이 방문하는 이번 열병식에서 그것이 드러난다고 했다. 즉 친 연구원은 "오늘날 시진핑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포위당했다기보다, 오히려 방문하는 정상들에게 둘러싸인 느낌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열병식이 화려한 군사적 화려함과 중국의 전쟁 기여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기억 전쟁'의 일부"라고도 분석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연합군의 승리라는 서구의 서사에 대한 대안적인 역사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 시 주석은 다양한 연설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을 중국과 소련이 결정적 역할을 한 투쟁으로 재구성하려 했다. 시 주석 이전에도 역사 수정주의(역사적 사실을 정치적 목적에 맞게 재해석하거나 재구성하는 것)는 있었으나 공산당의 권위를 강화하고 미국 중심 질서에 대항하기 위해 시 주석 시기에 더욱 강화됐다. 푸틴 대통령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며, 승리를 가져온 것이 중국과 러시아 덕이라고 말해왔다.
대만 영어신문 타이베이타임스 역시 이번 열병식은 군사적인 것이 아닌 정치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전 미국 부통령 국가안보 부보좌관 스티브 예이츠는 아시아태평양평화연구재단이 주최한 행사의 화상 회의에서 "우리 모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 공산당(CCP)이 후퇴했고 일본의 침략을 물리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과 연합군이 추축국을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오늘날 중국이 자유·질서·안정의 계승자처럼 행동하는 건 새로운 창작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중국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처럼 "오늘날에도 세계 질서를 수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이 거짓말은 시진핑 주석의 수정주의에 필수적인 것이라 덧붙였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제2차세계대전 당시 중국에서 일본군에 맞서 싸운 주력은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이었다. 국민당과 공산당은 1~2차 국공합작으로 일본군에 맞섰지만, 전면적인 공동 항일 전선은 아니었고 공산당은 일부 지역에서의 게릴라전에 주력했다.
그렇기에 중국 공산당이 자신들이 전승의 주체였던 것처럼 대규모 열병식을 여는 것은 공산당 중심의 역사 서사를 시각적으로 강화하고, 실제로 전선에서 싸웠던 국민당이나 중화민국(1912~1949년까지 중국을 통치한 국민당 정부의 공식 명칭)의 흔적을 지우는 상징적 수단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했다.
한편 대만 학자들은 이번 열병식이 중국과 미국 간의 거버넌스 역량 경쟁이며, 중국은 이를 통해 동북아 지역, 국제 관계, 그리고 국내 문제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을 과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자는 이번 열병식이 중국 공산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방 국가들은 전쟁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주로 전사자를 추모하는데 중국은 그 대신 군사력을 과시하는 방식을 택해 다른 국가들이 갖는 중국에 대해 가지는 위협감과 경계심을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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