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N번방 피해자 10만명인데…CNN "中당국은 침묵·검열만"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연인 사진이나 불법촬영물 공유…정부 대응 미온적
피해자들의 집단행동 제안글 돌연 삭제…"中, 여성운동도 시민운동처럼 억압"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피해자가 10만여 명에 달하는 '중국판 N번방' 사건이 발생했지만 중국 당국이 침묵과 검열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 사건은 피해 여성 A 씨의 폭로로 수면 위에 올랐다. 텔레그램 중국어판의 한 채팅방에서 여성들의 비동의 촬영물이 대규모로 유포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A 씨는 전 남자 친구가 자신의 영상을 이 방에 공유한 사실을 알게 됐다. 알고 보니 이 채팅방에서는 연인이나 직장 동료, 예비 신부들의 사진이 공유되고 초소형 카메라로 공중화장실이나 지하철, 쇼핑몰, 병원 초음파실에서 불법 촬영된 영상까지 거래되고 있었다.
분노한 A 씨는 이 방의 존재를 인터넷에 폭로했고, 하루 만에 수만 건의 반응을 모았다. 결국 문제가 된 방은 폐쇄됐다. 하지만 같은 유형의 텔레그램 채팅방들이 1~2만명대 사용자를 모으고 있다는 게 추가로 확인됐다. 일부 이용자는 여성에 대한 폭행과 협박을 자랑하고 사진 속 여성에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텔레그램 측은 신고된 방을 즉시 제거했다고 밝혔으나, 전화번호 기반 계정 차단만으로는 재범을 원천 봉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A 씨는 피해 여성들과 집단행동에 나섰다. 신고 방법과 대응 방침 등을 인터넷상에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 집회를 하자는 제안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피해 폭로 글과 집회를 언급한 글이 삭제되기 시작했다. 당국이 검열에 나선 것이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나 공안부 등은 아무런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한국의 N번방 사건은 협박과 금전 거래 구조가 뚜렷했고 주범에 대한 중형 선고와 관련법 정비가 빠르게 이뤄졌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런 대책이 나오긴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치 체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CNN은 중국 공산당 정권이 독립적인 시민 운동을 위협으로 간주하고 여성 인권 운동에도 강경하게 대응해 온 점을 지적했다.
회계사로 일하다 불법 촬영 반대 운동가가 된 중국인 남성 B 씨는 자신이 2022년부터 불법 촬영 영상을 추적하고 수집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경찰에 12차례 신고하고 국가반포르노·불법출판물처에 30건 이상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모두 처리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치마 속을 촬영하려던 남성을 직접 잡아낸 중국 여성 C 씨(28)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남성 경찰관들이 가해자에게 구두 경고를 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관으로부터 "앞으로 더 조심하라"는 말만 들었다.
A 씨는 텔레그램 채팅방 피해자 규모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중국 여성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 문제가 그냥 묻히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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