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아세안 외교장관회의…왕이 "남중국해, 강대국 격투장 아냐"

아세안 국가들에 "무역분쟁서 제3자 이익 희생 안돼" 경고

1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중-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중국, 라오스, 브루나이, 캄보디아, 미얀마 등 참석국 대표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5.07.10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은지 특파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왕이 중국 외교장관이 미국을 겨냥해 "지정학적 갈등과 집단 대립을 아시아로 끌어들이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0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열린 중-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우리는 아시아 현대화 과정에서 서로 지원하고 성취해야 한다"며 "중국은 항상 불안정한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안정적인 힘이자 아세안 국가들이 도전에 대응하는 데 있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중-아세안 협력을 위한 4가지를 제안했다. 우선 왕 부장은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 체계와 국제법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확고하게 수호해야 한다"며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개방적인 지역주의와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 지역 및 글로벌 거버넌스에 더 큰 기여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세안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모범이 돼야 한다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매우 소중하며 이를 확고하게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갈등과 집단 대립을 아시아로 끌어들이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분쟁을 해결해 공동의 발전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며 "남중국해는 강대국들이 경쟁하는 '격투장'이 아닌 지역 국가들의 공동 정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왕 부장은 "중국은 아세안과 함께 중-아세안 자유무역지대 3.0 버전을 잘 구축하고 고품질의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을 시행하며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은 아세안과 평등한 대화와 상호 이익으로 경제 및 무역 분쟁을 해결하고 자국의 존엄성과 원칙의 최저선을 잘 지켜야 한다"며 "제3자의 이익을 희생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에서 아세안 국가들이 중국 산업에 불리한 방향으로 합의를 도출해선 안된다는 경고다.

이에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중국과 아세안 협력은 활기차고 성과가 많으며 중국과의 발전 전략 연계를 가속화하고 전방위적 협력을 심화하고자 한다"며 "중국과 함께 다자주의와 다자 간 무역 체제를 유지하고 글로벌 도전에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한편 중국과 아세안은 내년을 '중-아세안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5주년 테마의 해'로 정했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