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96주년…극우 "학살 아니다"

우익들 "조선인 살해 정당방위"…바로 옆서 방해 집회
도쿄도지사는 3년째 추도문 안보내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관동대지진 학살 한인 추도식'에서 충청남도 공주달공소리 회원들이 상여모심을 진행하고 있다. 93년만에 열린 이번행사는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 당국이 살포한 유언비어로 인해 학살당한 6000여명의 한인 희생자를 추도하는 행사다. 2016.8.2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한일 관계가 전후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1923년 9월1일 발생한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로 학살당한 조선인 희생자 6000여명의 넋을 기리는 추도제가 1일 도쿄의 한 공원에서 열렸다.

마이니치 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도쿄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공원에서 약 7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인 학살 희생자 96주기 추도제가 열렸다.

이 행사는 시민단체 등의 주최로 1973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 추도제에는 고노 료헤이(河野洋平) 전 일본 중의원 의장도 참석해 "역사를 명심하고 (후손들에게)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민족 차별과는 무관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추도제가 조용한 분위기에서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이날 추도제 30m 떨어진 곳에서 아베 지지층과 극우의원을 중심으로 한 우익단체 '소요카제(そよ風)'가 맞불 집회를 열어 추도제를 방해한 탓이다.

우익 행사에는 현직 의원들도 다수 참석했다. 오세 코스케(大瀬康介) 스미다(墨田) 구의회 의원은 "조선인 폭동도 조선인이 불을 지르고 다닌 것도 사실"이라며 "자경단이 한(조선인을 죽인) 것은 학살이 아니라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 중앙방재회의가 2009년까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간토대지진 후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일본 각지의 '자경단'이 조선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속출했다. 수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학살이라는 표현이 타당한 사례가 많았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한 2012년 이후 일본이 노골적으로 우경화의 길을 걸으면서 '조선인 학살은 없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도쿄도 의회에서 집권 자민당 소속 코가토 시아키(古賀俊昭) 의원이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를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도 "모든 지진 희생자를 한꺼번에 추도한다"는 이유로 역대 도쿄도지사들 대부분이 보내온 추도문을 3년째 보내지 않았다.

고이케 지사는 조선인 학살에 대해서도 “여러 견해가 있다”는 애매한 말로 학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고이케 지사는 이날 같은 공원 내 위령당에서 열린 지진 희생자 추모 불교집회에는 추도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 추도문에도 조선인 학살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에도가와구(江戸川区)에 사는 한 40대 회사원은 "고이케 지사는 다양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제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그의 자세는 다양성을 느낄 수 없게 한다"고 비판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