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천재는 '이이토코토리'(良いとこ取り)에서 나온다"

'도쿄가 사랑한 천재들' 조성관 작가 인터뷰
"'좋은 것은 기꺼이 취한다' 정신이 日 천재 낳았다"

‘도쿄가 사랑한 천재들’을 발간한 조성관 작가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6.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도쿄가 사랑한 천재들'은 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 나쓰메 소세키와 '상실의 시대'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영화계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애니메이션의 황제 미야자키 하야오, 토요타 자동차 창립자인 토요타 기이치로 등 일본의 다섯 천재들의 궤적을 따라가며 그들의 불꽃 같은 삶과 사랑, 성취와 업적을 담아낸 책이다.

지난 2005년 오스트리아 빈에서부터 일본 도쿄까지 꼬박 15년간 천재를 주제로 도시문화 기행 시리즈를 기획하고 집필해온 조성관 작가. 자신을 '천재 연구가'라고 소개한 그를 평일 한낮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카페에 들어선 그는 "종로의 신문로는 사대문 안에서도 상당히 유서깊은 거리"라며 "일본의 천재 5명이 활동한 도쿄의 거리와도 닮은 점이 많은 곳에서 책 이야기를 하게 됐다"며 반가워했다.

- 거의 1년마다 책을 내셨습니다. 이번 책 '도쿄가 사랑한 천재들'을 출간한 소감은.

"60대 남자가 늦둥이 아들을 품에 안은 심정입니다. 지금까지 15년간 모두 9권의 책을 냈습니다. 천재 시리즈 한 권 한 권은 자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홉 명의 자식 중에 이쁘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도 느낌이 다른 게 사실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북방계 기마민족의 후예이면서 같은 한자 문화권이고 음식 문화도 비슷합니다. 그렇다 보니 한국 독자들이 일본의 천재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깊습니다. 저도 도쿄의 천재들을 쓰면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 천재 연구가이고 시리즈물의 제목도 천재가 들어가 있는데 천재를 어떻게 규정하십니까.

"아주 좋은 질문이네요.(웃음) 사실 이 질문은 제가 하는 '천재 강연'에서도 자주 받는 겁니다. 인류 사회를 윤택하게 만든 사람이 천재입니다. 만일 인류 사회라는 범위가 너무 넓다면 한 국가로 좁혀도 되겠습니다. 한 국가를 윤택하게 만든 사람이 천재입니다.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말입니다."

‘도쿄가 사랑한 천재들’을 발간한 조성관 작가가 5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6.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나쓰메 소세키나 구로사와 아키라 등 4명은 개인의 역량에 따라 작품을 생산한 예술가인데 반해, 토요타는 기이치로 개인의 천재성보다 경영 방식 등 기업을 운영한 능력이란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그래서 5명 중 토요타 일가는 나머지 4명과 조금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럼에도 기이치로를 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머리말을 보면 많은 인물들을 두고 고민을 하신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네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사실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라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한 자리에 들어갈 사람을 고르는 게 힘들었습니다. 일본은 자동차 산업 후발 국가입니다. 미국 기준으로 하면 30년 이상 늦고, 영국과 프랑스와 같은 유럽국가 기준으로 하면 그보다 더 늦습니다. 그런데 지금 토요타자동차가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잖아요. 놀랍지 않습니까? 저는 불모지에서 자동차 산업을 일으킨 창업자를 연구하면 뭔가 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토요타 기이치로와 그의 부친 토요타 사키치는 국내 독자들에게 거의 알려진 게 없습니다. 우리말로 된 자료가 없어 애를 먹었습니다. 현지 취재로 글을 완성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토요타 기이치로를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웃음)"

-어째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토요타 그룹 창업자인 기이치로의 아버지 사키치는 일본 교과서에 등장하는 10대 발명가 중의 한 사람입니다. 도쿄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기이치로 역시 발명가였어요. 토요타자동차는 사키치의 창업 정신이 면면히 흐르는 회사입니다. 기이치로는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TPS(토요타 생산 시스템)를 개발해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일 수 있는 게 토요타자동차 종업원들의 자세입니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정직함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지요. 그러니 제품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거지요. 기이치로 한 사람의 창업 정신이 결국 토요타란 기업을 성장시켰다는 점에서 제 결정도 옳았다고 봅니다."

- '도쿄가 사랑한 천재들'은 영화나 소설, 애니메이션 등 독자 개인의 관심 분야에 따라 애정을 갖는 인물이 다를 것 같은데 그렇다면 작가님은 5명 중 특별히 애정을 갖고 쓰신 인물이 누구인가요?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저는 하루키를 연구하기 전까지 그에 대해 잘 몰랐고, 당연히 호불호의 감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루키를 공부하고 취재하면서 그가 좋아졌습니다. 앞서 천재는 자기 일에 충실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루키는 정말 대단한 작가예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하루키의 성실함과 절제력을 배우고 싶습니다."

- 인물 5명에 대한 질문은 아닙니다만,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 비해 일본에 유난히 서구에서 인정받는 천재들이 많은데요. 일본의 경제력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겠지만, 말씀하셨듯이 이이토코토리(良いとこ取り·좋은 것은 기꺼이 취한다)와 같은 일본의 정신 문화에 기인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이이토코토리, 오타쿠(御宅·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 잇쇼켄메이(一生懸命·목숨 걸고 일함), 모노즈쿠리(物作り·장인정신)가 합쳐진 결과라고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이토코토리 정신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봐요. 결국 모든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됩니다. 남이 잘 하는 것은 보고 배워야 자신도 잘 할 수가 있는 겁니다. 제가 가끔 보는 TV프로그램이 '골목식당'인데, 거기 보면 식당으로 성공하겠다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성공한 사람에게서 배우겠다는 자세가 부족해요. 제가 '천재 강연'에서 강조하는 게 이겁니다. 마음 속에 천재 한 사람을 롤모델로 삼아 그 사람의 자세와 노력을 배우자는 겁니다."

- 이제 책이 나왔는데 언제 또 도쿄에 가실 계획이십니까.

"이 책이 예상대로 잘 (판매)되면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취재 여행을 할 때는 정해진 시간 내에 취재를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사실 여유 있게 보지 못한 게 많거든요. 음악으로 치면 취재 여행은 알레그로(빠르게)입니다. 다시 가면 라르고(느리고 폭넓게)로 느껴보고 싶습니다."

- 마음에 두고 계신 후속 도시가 있을 것 같은데 어디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서울입니다. 2020년 하반기에 '서울이 사랑한 천재들'을 완성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인물 선정은 이제부터 자문그룹들과 만나 협의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조성관의 라이프 워크'가 일단락 짓게 됩니다."

‘도쿄가 사랑한 천재들’을 발간한 조성관 작가가 5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6.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angela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