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반도, 美 일극체제 붕괴 시작될 수 있다"

北 전문가 루디거 프랭크 빈 대학 교수 진단
中이 압박서 벗어나 美에 맞서는 상황 가정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중국 외교부의 겅솽(耿爽) 대변인은 7일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중국이 부차적 역할을 할 것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지적에 중국은 항상 "대화와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해왔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은 해야 할 노력을 계속하고 해야 할 역할도 수행할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겅 대변인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배제되는 이른바 '차이나패싱'(중국 배제)과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한 고위급 관리 회담을 시작으로 남북한 특사 교환, 정상회담 개최 합의 등에서 백악관의 상황 인식과 판단은 중요하게 다뤄졌지만 중국이 끼어들 여지가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과 관련해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북한 문제 전문가인 루디거 프랭크 교수는 7일(현지시간)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기고문에서 이 같은 현상과 반대되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이는 미국 일극 체제 붕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프랭크 교수는 한반도 화해 무드 조성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며 앞으로 전개 상황에서 "미국의 승낙과 협력은 누구의 계산에서도 필수적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세상은 바뀌고 있다. 중국은 경제와 군사, 정치적 힘을 바탕으로 국제 정치에서 자신의 주장을 더욱 강하게 펴고 있다"며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등을 사례로 소개했다.

프랭크 교수는 "나는 중국이 미국의 패권(supremacy)에 공공연한 도전장을 내밀어, 1990년 무렵 소련 붕괴로 시작된 일극 질서가 끝나는 상황을 오랫동안 예상해왔다"며 "냉전 2.0으로 부를 수 있는 이 상황은 중국의 뒷마당인 동아시아에서 시작될 것이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과 북, 미국과 일본의 지도자들이 남북 선수단의 공동입장을 지켜보고 있다. 2018.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그는 "이 같은 전개 상황이 현실화하는 데 최소 10년은 걸릴 것으로 생각했다"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손을 떼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확대하고, 미군 주둔 비용 인상을 요구하고, 동맹국들을 보복 무역 조치로 위협하면서 이 같은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랭크 교수는 "이것이 게임이 진행되는 방향이라면 중국의 영향력은 한반도 회담 결과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고 진단하며 중국이 현재의 모멘텀을 활용해 미국이 이끌고 있는 최대한의 압박 전략에 협력하는 대신에 미국에 맞서는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중국은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화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그 역할을 다했으니 이제는 필요가 없다고 선언할 수 있다. 이후에 제재 일부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할 수 있다. 미국은 이에 반대할 것이며, 영국과 프랑스는 이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중국은 이전 결의안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일방적으로 북한에 시장을 개방할 수 있다. 러시아도 이를 따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이다. 즉, 미국과 유엔 안보리를 따르며 북한과의 교류 재개를 자제하든지 아니면 중국의 입장을 공유하고 한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모든 경제적, 정치적 힘을 사용할 것이지만 어떤 조건에선 미국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비용이 중국으로부터 얻는 혜택으로 상쇄될 수 있을 것이다.

프랭크 교수는 "최근의 남북한 화해 과정은 관련국들이 이 같은 시나리오에서 어디에 서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며 "하나의 옵션은 한국이 어느 시점에 기존 제재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 대북 협력 노력을 중단하고, 중국은 침묵을 지키는 것이다. 이는 종전의 한반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1990년 이후 유지돼 온 세계 질서의 끝이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자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영리해야 하며, 현재 프로세스를 포착해야 한다. 다들 남북 단일팀을 환영할 때 과시하듯 앉아있는 유일한 관계자가 되기보단 북한과의 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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