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983년 KAL기 격추 때 안보리 결의안 '기권'"
日 외교문서 공개 "소련·폴란드는 반대"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지난 1983년 발생한 옛 소련군의 대한항공(KAL) 여객기 격추사건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규탄 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상세 경위가 일본 정부의 외교문서를 통해 공개됐다.
NHK·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1983년 9월1일 대한항공 007편 여객기가 소련군 전투기의 공격을 받아 사할린 앞바다에 추락, 승무원을 포함한 탑승자 269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당시 유엔 안보리에선 미국·일본 등을 중심으로 소련의 책임을 묻기 위한 결의안 채택이 추진됐다.
당시 일본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도 아니었지만, 대한항공기 격추사건 사망자 가운데 28명의 일본인이 포함돼 있어 결의안의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했다.
특히 일본은 사건 발생 당시 소련군 전투기 조종사의 미사일 발사 및 '목표물 격추' 등의 보고 내용이 담긴 교신기록 테이프를 홋카이도(北海道) 왓카나이(稚內)의 자위대 기지를 통해 확보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만일 일본이 교신기록을 공개한다면 (대한항공기가 스파이 임무 중이었다는) 소련의 주장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반론이 될 수 있다"는 서방 측 관계자의 제안에 따라 같은 해 9월6일 미국과 함께 해당 테이프를 안보리에서 공개했다.
구로다 미즈오(黒田瑞夫) 당시 유엔주재 일본대사는 소련군 전투기의 교신기록을 공개하면서 "(사건의) 진상은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라며 소련 측을 강력 비판했고, 소련도 결국 자국군의 대한항공기 격추 사실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9월12일 실시된 안보리의 결의안 표결에선 15개 안보리 이사국(상임 5개국+비상임 10개국) 가운데 소련과 폴란드가 반대표를 던졌고, 중국을 포함한 4개 나라가 기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측은 결의안 표결에 앞서 "(대한항공기가) 정상 항로를 크게 벗어나 소련 영공 깊숙이 들어간 이유가 무엇인지 등 규명해야 할 점이 많다"며 일본 측에 '기권' 의사를 전했던 것으로 이번에 공개된 주중일본대사관의 '극비전문'을 통해 확인됐다.
게다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소련이 해당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결국 이 결의안은 부결됐다.
안보리에서 특정 안건이 채택되려면 전체 이사국 가운데 9개 나라 이상이 찬성하는 가운데, 5개 상임이사국 모두의 반대(거부권 행사)가 없어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소련의 거부권 행사로 해당 결의안이 채택되지 못한 것이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는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공개됐음에도 '냉전' 상태였던 미·소 간의 선전전 때문에 결의안이 충분한 찬성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 같은 사항을 포함해 1983~84년 당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의 미국 방문 △후야오방(胡耀邦)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일본 방문 관련 기록 등 작성된지 30년이 지난 외교문서 24권을 12일로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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