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슬람주의 이집트 새 대통령 당선에 '신중'모드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당선자 © AFP=News1

미국은 24일(현지시간) 이집트 새 대통령으로 이슬람주의자인 무함마드 무르시가 당선된데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반(反)미 노선인 무르시의 당선으로 수십년간 맺어온 양국 간 관계가 틀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무르시를 내세운 이집트 최대 이슬람조직인 무슬림형제단과 미국은 그간 이란, 이스라엘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입장차를 보여왔다.

이에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양국 간 동맹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자고 피력했다.

또 "무르시 새 대통령은 역사적인 순간에 국민 통합을 진전시키기 위해 모든 정당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이집트 새 정부가 역내 평화, 안보, 안정의 기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슬람 율법에 기초한 무슬림형제단이 향후 여성 인권, 콥트기독교 탄압 등 전근대적인 정책을 펼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카니 대변인은 "이집트 새 정부는 여성, 콥트기독교와 같은 소수 종교를 포함해 모든 이집트인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편적인 가치들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도 양국 간 관계 유지를 우선시했다.

케리 위원장은 "무슬림형제단의 과거 노선에 대한 미국인들의 우려가 있지만 우리는 선거결과를 이해해야 한다"며 "이집트에서 손을 떼는 것은 실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집트는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 아랍의 지도자로 남는다"고 강조했다.

무르시의 당선은 무라바크가 축출된 후 이집트 국민이 뽑은 첫 민선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크다. 하지만 최근 군부가 새 대통령의 핵심 권력을 군에 모두 이양한다는 내용의 '과도헌법'을 발표함에 따라 무르시가 꼭두각시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 18일 "군부가 새 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한다는 약속을 실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24일 이집트 중앙선관위원회에 따르면 무르시 당선자는 51.73% 득표율로 무바라크 정권에서 마지막 총리를 지낸 아흐메드 샤피크 후보(48.27%)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ggod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