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추락 시도에 놀란 이스라엘…과거 '여객기 납치' 악몽 떠올라
"1968~1986년 좌파 단체 지원 받은 납치 사건 집중 발생"
-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플라이두바이 여객기 추락 시도 사건은 이스라엘에 과거 여객기 납치로 인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1968~1986년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은 최소 12대의 여객기를 납치하거나 납치를 시도했다.
1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당시 발생한 여객기 납치 또는 납치 시도 사건 상당수는 유럽 등 각국의 좌파 단체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가장 악명 높은 납치범으로는 팔레스타인 무장대원 라일라 칼레드가 꼽힌다. 칼레드는 1969년 로마발 텔아비브행 TWA 여객기 납치 사건을 주도했다. 그는 총기로 조종사를 위협해 여객기의 기수를 다마스쿠스로 돌리게 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이스라엘과 관련된 민간 여객기나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이 수년간 이어졌다고 FT는 전했다. 여객기는 종종 적대국의 공항으로 강제 착륙했고, 탑승객들은 팔레스타인 수감자들과 교환되는 처지에 놓였다.
1968년 7월에는 좌파 단체인 '팔레스타인 해방 인민전선'(PFLP) 소속 남성 3명이 로마발 텔아비브행 엘알(EL AL) 여객기를 납치해 알제리로 기수를 돌렸다. 이로 인해 40일간 인질 사태가 이어졌으며, 팔레스타인 수감자 16명과 이스라엘 남성 12명을 맞교환하면서 사건이 종결됐다.
1970년 9월에는 PFLP 무장대원들이 여객기 3대를 동시에 납치했다. 이 가운데 2대는 요르단의 도슨스 필드로, 1대는 카이로로 이동됐다. 인질 대부분은 이스라엘인과 미국인 남성이었다. 이후 라일라 칼레드를 포함한 PFLP 수감자 4명과 인질을 교환하면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이스라엘은 1970~1980년대 잇따른 여객기 납치 사건을 계기로 수십 년에 걸쳐 텔아비브 인근 벤구리온 공항의 보안을 강화하는 데 막대한 투자를 했다.
이스라엘 국적기인 엘알 항공도 승객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때로는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 정도로 철저한 검색을 실시하는 항공사로 평가받는다. 전·현직 조종사들에 따르면 엘알 항공 조종사의 상당수는 이스라엘 공군 출신이며, 각 여객기에는 최소 2명의 무장 항공 보안관이 탑승한다.
이스라엘 항공 보안 분야의 한 베테랑은 이스라엘이 1970년대 초반부터 항공 보안 분야를 선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탑승 전 승객 심문, 기내 반입 수하물 검사, 항공 보안 요원 배치 등의 보안 절차를 일찍부터 도입한 국가 가운데 하나였다.
또 조종실 문에는 내부에서만 열 수 있거나 객실 승무원에게만 주어진 코드를 입력해야 열리는 잠금장치가 설치됐다. 과거 항공 애호가나 단골 승객, 호기심 많은 어린이에게 허용되던 조종실 방문도 금지됐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역설적으로 또 다른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2015년 저먼윙스 9525편 추락 사건은 조종사 한 명이 다른 조종사를 조종실 밖에 머물게 하면서 발생했다. 여객기를 장악한 조종사는 프랑스 알프스산맥으로 기수를 급강하시켰고, 탑승객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전직 항공사 임원이자 항공 컨설팅 업체 '에비에이션 애드보커시'(Aviation Advocacy)의 앤드루 찰턴 대표는 "9·11 테러 이후 수많은 요식행위적 보안 장치가 도입됐다"며 "가장 실질적이고 효과적이었던 조치는 객실과 조종실을 구분하는 문을 강화해 외부인이 조종실에 진입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공 보안은 매번 성공해야 하지만, 공격은 단 한 번만 운이 좋으면 된다"며 "우리는 끊임없이 다음 공격이 아니라 지난번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m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