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없이 공연한 이란 가수 '태형 74대' 판결 확정…"고문 행위"
이란 법원 "법적·문화적 규범 위반…외설적·저속한 공연"
이란 대법원장 "소란 두려워하면 안돼" 단속 강화 지시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이란 법원이 히잡을 쓰지 않고 공연한 인기 가수 파라스투 아흐마디(29)에게 태형 74대를 선고한 판결을 확정했다. 인권단체들은 이를 "고문의 한 형태"라며 비판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흐마디와 제작진 등 8명은 지난 6월 이란 쿰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문제가 된 것은 2024년 온라인으로 중계돼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공연이다. 법원은 이들이 "법적·문화적 규범"을 위반했다며 해당 공연을 "외설스럽고 저속하다"고 규정했다.
지난주 상급심은 이 선고를 확정했다. 태형은 3개월 이내에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용된 법은 2024년 통과됐으나 아직 공식 시행되지 않은 이른바 '히잡과 정숙' 법이다.
이 법은 '나체, 외설, 베일 벗기 또는 부적절한 복장을 조장'하다 적발된 여성에게 벌금과 태형을 부과하고, 재범 시에는 징역 5~15년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이란 사법부 수장인 골람호세인 모흐세니에제이 대법원장이 최근 "히잡 미착용자 단속 강화에 따른 소란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만큼 이번 판결은 예견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란 활동가 대상 법률상담센터 다드반의 인권변호사 모인 하자엘리는 "이 판결은 유엔 고문방지협약상 고문의 한 형태"라며 "불행히도 이란의 사법 체계에서 고문은 사실상 합법이다. 인권에 반하는 반인도 범죄"라고 규탄했다.
압도라흐만 보루만드 인권센터 공동창립자 로야 보루만드는 "이 공연이 저항 행위로 취급되는 것은 여성이 베일을 쓰지 않고 노래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혁명 이전의 옛 대중가요를 불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르웨이에 기반을 둔 이란·쿠르디스탄 인권단체 헹가우에 따르면 또 다른 가수 히와 세이피자데도 지난달 한 공연과 관련해 '부패와 매춘 조장'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테헤란의 가수 레일리(36)는 가디언에 동료 음악인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좋아하는 일을 한 대가를 치르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보면서 스스로 겁쟁이처럼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미국 단체 '이란 인권활동가들'의 스카일러 톰프슨 부국장은 태형을 "신체와 존엄에 가해지는 낡고 의도적인 폭력 행위"로 규정하고, "다른 여성들을 겁줘 순응하게 만들려는 것"이라며 아흐마디와 다른 음악인들에 대한 선고를 뒤집을 것을 촉구했다.
단속이 수년간 이어지고 있지만 이란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쓰지 않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테헤란 소재 알라메 타바타바이대 학생들이 복장 규제와 경제난에 항의해 시위를 벌였다.
레일리는 "히잡을 쓰는 여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권이 할 일은 없다. 여성들이 계속 밀어붙인 결과다. 우리는 항의하러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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