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에 이란 유조선들 亞 해역서 발 묶여…연료·식량도 고갈"
말레이시아·스리랑카 해상 등에 정박…"연말이면 이란 수입 제로"
美, 스리랑카 정부에 이란 유조선 보급·지원 중단 압박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이란산 원유 운송에 관여해 온 유조선들이 미국의 해상 봉쇄와 압박으로 아시아 국가 인근 해역에서 오도가도 못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들은 전쟁 전 말레이시아 인근 공해상으로 원유를 운반한 뒤 다른 유조선에 환적해 중국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미국의 제재를 피해 왔다.
그러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제재를 대폭 강화하면서 유조선들은 이란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과거 서비스를 제공했던 일부 아시아 항구들도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입항이나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의 반이란 단체인 '핵무기 없는 이란을 위한 연대'(UANI)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인근 공해상에는 화물을 싣지 않은 채 녹슬어가는 이란 연계 선박들이 있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7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재개한 이후부터 이곳에 정박해 있다.
상당수 유조선은 연료와 식량 등 물자 보급과 수리를 위해 말레이시아 인근 해역을 떠나 이란과 가까운 스리랑카로 이동했지만, 미국의 압박으로 이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WSJ이 확보한 문서에 따르면 스리랑카 주재 미국대사관은 지난 8월 스리랑카 정부에 이란 유조선 19척을 추적하고 있다며 현지 항만 서비스업체들이 이들 선박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2차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대사관은 이달 스리랑카 당국자 40여명을 대상으로 사흘간 교육을 실시하고, 해운 대리점과 연료 공급업체 등 서비스 업체들이 제재 대상 선박을 지원할 경우 미국의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스리랑카 항만당국은 이달 초 이란 국적 컨테이너선 2척이 콜롬보항 인근 해역에 정박하자 미국의 제재 위험을 고려할 때 "이란 국적 선박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에릭 마이어 스리랑카 주재 미국 대사는 이달 성명을 통해 "스리랑카는 세계 무역의 전략적 교차로에 자리 잡고 있어 엄청난 기회와 동시에 경계의 필요성도 안고 있다"며 "스리랑카 파트너들과 미국의 전문지식을 공유함으로써 제재 회피를 근절하기 위한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상당수 이란 선박은 스리랑카를 떠나 인도양 깊숙한 곳으로 이동한 뒤 연료를 아끼기 위해 엔진을 끈 채 표류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지원을 받지 못한 이란 선박들의 물자도 서서히 바닥나고 있다.
투샤라 로드리고 스리랑카 외교부 대변인은 제재 대상 선박들의 식량과 연료, 식수가 고갈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해당 선박에 긴급 물자가 필요하더라도 민간 업체들이 제재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물자를 공급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시장 분석가들은 아직 구매자에게 인도되지 않은 이란산 원유 물량도 앞으로 몇 주 안에 모두 소진되고, 이란에 대한 대금 지급도 연말이면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원유시장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의 호마윤 팔락샤히 원유분석 책임자는 "12월이면 이란의 모든 수입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월리스 UANI 최고경영자(CEO)는 "원유를 나르지 못하고 그냥 멈춰 있는 선박은 돈만 잡아먹는 애물단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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