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미사일 꺼내 예멘에 쏜 사우디…"후티·이란 모두에 전략적 경고"

WSJ 보도…예멘서 중국제 둥펑-15A 탄도미사일 잔해 발견
中의 중동지역 미사일 판매 확인…"사우디, 새 카드 꺼내"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미사일 둥펑-17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예멘에서 중국제 둥펑(DF)-15A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 잔해가 발견돼 사우디아라비아가 실전에서 중국산 탄도미사일을 처음으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현지 당국과 전문가들이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과 이란 양쪽에 '새로운 무기 카드'를 보여주려는 전략적 신호로 해석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DF-15A는 중국이 개발한 단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이다. 미사일 잔해에는 'DF-15A'라는 표식이 선명히 남아 있었으며, 전문가들은 중국 관영 매체가 과거 공개한 훈련 영상과 동일한 특징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앞서 미 군사전문 매체 TMZ의 보도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 TMZ는 14일 예멘에서 사우디가 보유한 중국산 DF-15A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며 후티는 물론 이란까지 겨냥한 전략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 당국은 발사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이는 중국이 오랫동안 부인해 왔지만, 중동 지역으로 중국산 미사일이 판매됐음을 확인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중국은 1980년대에 시리아에 DF-15A를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으나, 미국의 공개적인 압박으로 인해 판매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오랫동안 사우디를 중국산 미사일 구매국으로 지목해 왔다. 1980년대 후반, 사우디는 중국과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둥펑-3A를 도입하는 약 3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미국은 사우디에 대한 무기 판매 중단을 고려했으나, 냉전 말기 영향력을 잃을 것을 우려해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2021년 WSJ은 중국군이 2018년께부터 사우디에 완제품 형태의 둥펑 미사일을 여러 차례 이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중국산 미사일 사용은 단순히 후티 반군을 겨냥한 것뿐 아니라, 이란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구원은 "사우디가 전략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숨겨둔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DF-15A는 이란 남부 해안까지 닿을 사거리(약 600~800㎞)를 갖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이란과 탄도미사일 충돌을 시작한다면 자국의 미사일 인프라 전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미사일이 예멘 내 어떤 목표물을 타격했는지 여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잔해는 미사일 동체뿐이고 탄두는 비행 중 분리되어 목표물을 향해 더 멀리 날아가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미사일 사용은 중동 지역 분쟁 확대로 사우디 경제가 압박받는 가운데 이뤄졌다. 후티 반군은 최근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장악해 사우디의 또 다른 원유 수송로인 홍해를 위협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도 미·이란 충돌로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여기에 페르시아만과 홍해 연안을 잇는 1200㎞의 동서 송유관까지 드론 공격으로 중단되면서 사우디는 한동안 석유 수출길이 사실상 막히게 됐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