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하는 후티에 뾰족한 수 없는 사우디…"전면전시 치를 대가 커"
후티 "사우디의 봉쇄 중단 때까지 압박"…호르무즈 이어 홍해도 막힐 판
전문가 "후티 요구 수용은 사실상 굴복…확전 시 중동 수렁으로"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급속히 진격하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공격하고 있지만, 사우디가 대응할 수단은 사실상 바닥나 전면전의 기로에 놓였다는 진단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후티는 최근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장악하기 위해 홍해의 전략적 요충지 페림섬과 남부의 항구 도시 모카를 점령했다.
그 직후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이 이라크발 드론 공격으로 폐쇄됐다. 사우디는 이란과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뒤 이 송유관으로 일일 약 500만 배럴의 석유를 우회 수송해 왔던 만큼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내 이란 대리 세력을 배후로 지목했다. 지난달 초 사우디의 한 고위 관계자 또한 CNN에 후티와 연계한 이라크 민병대의 "다중 조율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후티는 이란과 미국의 전쟁이 격화하자 지난 7월 사우디 해상 봉쇄를 선언하며 공세를 확대해 왔으나, 자체적인 의제도 가지고 있다. 후티가 장악한 예멘 북부를 고립시키려는 시도를 사우디가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티가 장악한 예멘 국영 사바통신의 나스르 알딘 아메르 국장은 지난 11일 CNN에 후티가 "사우디가 12년간 부당하게 부과해 온 봉쇄를 깨뜨릴 때까지 사우디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전면 대응을 자제해 왔던 사우디가 확전에 나서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예멘 전문 정치분석가 모하메드 알바샤는 "모든 정황이 사우디의 대규모 보복을 가리키고 있으며, 가능성은 날마다 커지고 있다"며 "이 시점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진단했다.
사우디 지정학 분석가인 살만 알안사리는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의 후티에 대한 군사작전은 이미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며칠, 심지어 몇 시간 안에 상당히 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며 "여러 전선에서 큰 이변을 목격할 수도 있다"고 봤다.
다만 이 경우 2014년부터 이어진 치명적인 예멘 내전을 한층 격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데다 후티를 깊숙이 지원 중인 이란까지 예멘 분쟁에 끌어들일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사우디가 치러야 할 대가가 작지 않다.
유럽외교협회(ECFR) 방문연구원 친치아 비앙코는 사우디와 후티 반군 간 전면전은 "순전히 예멘의 상황으로 국한하기보다는 사우디가 미국 편 교전국으로 참전하는, 더 넓은 미국-이란 전쟁의 한 국면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가용 자원을 집중하고 11월 중간선거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대(對)후티 공습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해법의 경우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앙코 연구원은 사우디가 수개월간 "전략적 인내"를 유지하며 경고와 규탄을 반복했으나 효과가 없었고 "정치적 해법을 소진했다"고 말했다.
알바샤는 사우디가 후티와 합의에 나설 경우 사실상 후티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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