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호르무즈 이어 홍해도 막히자 수에즈로 우회 '고육지책'

후티 반군 공격에 '호르무즈 우회로' 바브엘만데브 해협 이용도 차질
이집트→지중해→아프리카 대체 경로…아시아行 원유값 배럴당 $5 급등 비상

예멘 바브엘만데브 해협 근처에 떠 있는 보트. 2026.4.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이란 전쟁과 예멘 후티 반군의 해상 봉쇄로 양방향에서 바닷길이 틀어막힌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한 원유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현재 사우디는 홍해 남쪽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거치는 대신 이집트를 통해 지중해로 석유를 운송하는 우회 수출을 크게 확대했다. 지난달 20일 후티 반군이 사우디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바브엘만데브 해협 이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는 석유를 만재한 대형 유조선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사우디는 '수메드 파이프라인'을 통해 석유를 홍해에서 지중해로 보내고 있다. 수메드 파이프라인은 홍해 최북단 아인소크나에서 시작해 지중해의 시디 케리르까지 약 320km를 연결한다.

수에즈를 통한 석유 운송은 다소 복잡한 물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사우디 유조선이 아인소크나 터미널에서 하역한 석유를 파이프라인으로 반대편 끝 지중해로 보내고, 이후 유조선이 빈 채로 직접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반대편 끝 지중해에서 원유를 적재하는 방식이다. 다른 유조선이 지중해에 대기하다가 원유를 담는 방식도 가능하다.

해운 정보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 6월 하루 65만 배럴 미만이었던 수메드 파이프라인 경로 이동 물량은 이달 들어 하루 190만 배럴 이상으로 증가했다. 수출 물량의 대부분은 사우디산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해협으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12%와 상당한 양의 액화천연가스(LNG)가 이곳을 통과한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앞서 사우디가 이용하던 바브엘만데브 해협도 지난 2월 말 시작된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데 따른 대체항로였다. 최근 후티 반군의 해상 봉쇄 위협까지 더해지면서 사우디는 석유 수송로를 또다시 찾아 나서야 했다.

이는 세계 에너지 공급의 안정적인 버팀목 역할을 추구하는 사우디의 전략에 타격을 가했다. NYT는 "석유 우회로를 반복해서 찾아야만 하는 상황은 지역 불안정에 대한 사우디의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연구원 닐 퀼리엄은 "사우디의 회복력에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 수출국이라 할지라도 여러 해상 요충지가 동시에 위협받는 상황에서 그 여파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대체 경로에 따라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 한국, 중국, 일본으로 이동할 경우 운항 시간이 2~4주 더 걸리게 된다. 추가 연료비와 운영비로 인해 원유 1배럴당 최소 5달러의 비용이 더해진다.

케이플러의 매트 스미스 원자재 분석가는 "아시아는 원유 수입선을 다른 곳으로 바꾸거나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자사가 3개 원유 운송로 모두에 '유연성'을 더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운송로 축소가 "석유·가스 분야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많은 다른 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