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핵보유 인정' 시사에 이란 협상 더 꼬이나
외신·학계 "핵무기 개발 결단 계기 될 수도"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대화를 재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이란의 핵무장을 더 부추길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들어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와 김 총비서와의 연내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언급한 데 이어, 19일(현지시간)에는 "(김 총비서가) 매우 강력한 핵무기 57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이란은 두 '핵 강국'인 중국·러시아와 함께 반미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이들 각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은 사뭇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이란과의 전쟁과 관련해선 협상 교착에도 이란의 핵무기 보유 저지가 '최우선 목표'란 점을 재차 강조하며 전방위적인 군사· 경제적 압박을 펼쳐 왔다.
미 탐사보도 매체 마더존스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대북 유화 발언에 관해 "이란에 직설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란이 핵무기를 이미 보유했다면 역설적으로 트럼프와 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란 것"이라며 "군사력 증강, 나아가 핵무장이 미 행정부와의 갈등을 피할 유일한 길처럼 보이게 한다"고 진단했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앞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북한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핵 개발을 진전시켰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 상반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서 우라늄 농축 '제로'(0)와 농축우라늄 비축분 국외 반출 등 핵 프로그램 완전 폐기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란은 평화적 목적의 핵농축 권리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중동의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볼모로 잡고 미국과의 타협을 거부했다.
스웨덴 유력 일간 다겐스 뉘헤테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김 총비서는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이른바 '독재자들의 축' 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꾀해 왔다며 "이란이 유일한 예외였지만, 이란마저 핵폭탄을 보유하게 되면 트럼프의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자력과학자회보(BAS)의 알렉산드라 벨 회장은 미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란 전쟁과 미국의 핵우산 약화에 따른 전 세계적인 핵확산 움직임이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확고하게 마음먹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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