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교역·금융거래 중단 선언한 UAE…"트럼프 압박 있었다"

발표 직전 미·UAE 정상 통화…트럼프 "전례 없는 경제·고립작전 발표"
美에 성의 보여주는 차원일 수도…"UAE, 美-이란 사이 균형외교 계속"

이란의 공격을 받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있는 자예드 항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6.03.0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가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이란과의 모든 교역과 금융거래를 중단하기로 한 결정에는 미국의 압박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UAE는 전날(18일) 이란에 자국을 향해 발사한 탄도미사일 2발을 탐지했다며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이란과의 모든 무역 교류와 금융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UAE가 이번 결정을 발표하기 몇 시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UAE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미 피곳 미국 국무부 대변인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전날 셰이크 타흐눈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이란에 계속되는 공격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UAE가 이란과의 교역 및 금융거래를 중단하기로 한 결정에 관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이 이란에 대한 추가적인 경제 제재를 시사해 왔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UAE는 이번 결정의 발표 시점과 배경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UAE와 이란은 수십 년간 정치적 긴장에도 긴밀한 경제·문화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 2024년 UAE는 당시 이란의 최대 수입으로 양국 간 교역 규모는 약 280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 입장에선 추가 제재에 UAE의 교역 및 금융거래 중단까지 더해질 경우 이란을 경제적으로 더욱 압박할 수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3일 보수 성향 방송 뉴스맥스의 '롭 슈미트 투나잇'에 출연해 "한 국가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킨 역사에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조치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을 상대로 "어떤 국가를 상대로도 시행된 적 없는 가장 파괴적인 경제 작전을 발표한다"며 "이는 전례 없는 규모의 경제 작전이자 고립 작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제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UAE의 결정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이후 양국 관계가 악화됐다고는 하지만 UAE는 이란의 공습에 피해를 보면서도 이란 병원과 학교 등을 폐쇄하고 이란인의 비자와 거주 허가만 취소할 뿐 이란과의 교역은 제한적이지만 이뤄졌다.

이는 UAE 입장에서도 이란과의 관계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는 의미로 이번 교역 및 금융거래 중단 결정 역시 이란과의 완전한 절연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 싱크탱크인 부르스앤드바자르재단의 에스판디아르 바트망헬리디 대표는 이번 결정이 반드시 UAE의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오히려 UAE가 이란과 일정한 거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미국에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공개 외교의 순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UAE가 미국과 이란 양쪽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위험 분산(헤징) 전략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UAE는 상당한 수준의 전략적 자율성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며 "UAE는 워싱턴의 정책적 선택에 의해 자국의 국익이 결정되도록 내버려둘 나라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