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월 이란과 협상 중 IRGC 비밀접촉…"실제 결정권자 누구냐"
이라크 통해 연락…IRGC 총사령관 "협상단 입장 지지"
고위급 비밀회담도 추진…이스라엘 암살 위협에 무산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이 이란과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에 앞서 이란과의 협상을 진행하던 중 이란 협상단의 실질적인 의사 결정력에 회의감을 품고, 비밀리에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도부와도 별도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복수의 소식통은 털시 개버드 당시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5월 10일쯤 이란 정권 고위 인사들과 친분을 맺고 있는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의 수반인 네치르반 바르자니를 통해 IRGC에 접촉했다고 전했다.
개버드는 바르자니와의 전화 통화에서 백악관은 아흐마드 바히디 총사령관 등 IRGC 지도부가 협상단이 미국과 진행한 협상 내용에 동의하고 있는지, 별도의 구상이나 요구사항이 있는지를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개버드는 바르자니에게 그와의 전화 통화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의 승인 하에 이뤄졌다고 분명히 했다. 당시 미국은 4월 이란과 휴전을 이룬 뒤 이란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이끄는 협상단과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바르자니는 IRGC에 미국의 대화 의사를 전했고, IRGC 관계자가 5월 14일 암호화된 통신장비를 들고 쿠르드자치구역의 중심 도시 이라크 에르빌에 있는 바르자니 수반의 집무실을 방문했다.
바르자니는 바히디와 통화를 하고 이란 협상단과 입장이 같은지 물었고, 바히디는 이에 그렇다고 답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바히디는 "나는 그들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이는 IRGC의 입장이기도 하다"며 "우리는 이 위기를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바르자니는 개버드에게 연락해 바히디의 답변을 전달했고, 개버드는 이후 백악관에 보고했다.
미국이 이란과 협상을 하면서도 IRGC 지도부와 접촉한 것은 이란 내 협상 주도권이 어느 쪽에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이란 내에서 IRGC 등 강경파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갈리바프 의장 등 협상파 입지가 좁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백악관은 5월 초 이란과 합의가 임박했다고 판단했지만 이란이 열흘 이상 답변을 미루면서 갈리바프 의장과 아라그치 장관에게 합의를 타결할 실질적인 권한이 없고, IRGC가 협상단의 결정을 뒤집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미국은 또 이란 고위급과 직접 만나기를 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바르자니에게 에르빌에서 미국과 이란 간 고위급 비밀 회담을 주선해 달라 요청했고, 이란도 회담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란 측은 회담 장소로 가는 중 이스라엘의 암살 가능성을 우려했고, 결국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은 6월 17일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후속 협상에 나섰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둘러싼 충돌이 격화하며 사실상 MOU는 파기됐다. 파키스탄과 카타르 등 중재국들이 양국 간 메시지를 전달하며 협상 동력을 되살리려 노력하고 있지만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브렛 맥거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아프리카 조정관은 협상 교착의 원인을 중재자나 협상 채널의 문제로 보는 것에 선을 그으며 "협상의 문제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정책이며 이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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