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 정착 美시민권자도 당했다…이스라엘 정착민들 포위 공격

텐트 치고 생필품 차단해 퇴거 노려…올해 서안서 3000명 넘게 쫓겨나
신고받은 이스라엘군 미온 대처…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마저 "테러" 규탄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 지구의 쿠스라 마을에서 1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주택이 이스라엘 정착민들에 의해 포위돼 있다. 2026.8.1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집을 짓고 정착하려던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가족이 이들을 쫓아내려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물리적 포위와 협박에 시달리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서안지구 쿠스라에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루이 리디의 집과 이웃 주택들이 이스라엘 정착민들에게 포위됐다고 CNN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리디의 딸들은 오하이오에서 자랐지만, 가족 여행을 통해 아버지의 팔레스타인 뿌리를 자각하면서 아버지의 고국에서 살기로 했다면서 "그 꿈이 이제 멈춰섰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리디의 집과 2채의 다른 집이 위치한 언덕을 둘러싸는 텐트를 설치하고 수도와 전기 공급을 끊었으며, 도로를 막아 가족과 구호물품의 출입을 차단했다.

리디의 집에는 리디의 동생과 그 아들이 갇혀 있으며 남은 식량은 2~3일치밖에 없다고 한다.

리디의 신고를 받은 이스라엘군과 국경경찰은 12일부터 정착민 텐트를 철거하고 이들을 내보내려 했지만, 추가 정착민들이 몰려와 바위로 도로를 막고 보안군에 돌을 던지면서 작전은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했다.

현장 보안군은 음향탄과 후추 스프레이를 사용했지만 철수했고 정착민 일부는 계속 주변에 남았다.

보안군은 일대를 폐쇄 군사 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오히려 팔레스타인 주민과 인권 활동가, 취재진의 접근을 막는 데 이용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CNN 기자들은 언덕으로 올라가려다 군인들에게 제지당했다. 그리고 오히려 정착민들이 군인들 주변에 남아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스라엘군은 정착민을 몰아내기 위한 작전기지 설치를 이유로 쿠사이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주민 10여 가구에 퇴거를 요구하기도 했다.

쿠사이는 군이 정착민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자신들의 집을 비우게 한 뒤 결국 정착민이 들어오게 하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언덕을 포위한 정착민들은 지난달 인근 마을에서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같은 짓을 저질러 주민들이 집을 떠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리디는 미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처음에는 이스라엘 당국에 연락하라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사태가 국제적으로 알려진 뒤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는 정착민들의 행위를 "위협하고 괴롭히기 위한 끔찍한 테러 행위"라고 비판하며 미국 대사관의 요청에 따라 이스라엘군과 경찰이 현장에 갔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가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폭력을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이 국제법상 불법인 유대인 정착촌 확대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벌어졌다. 이스라엘 정부는 7월 서안지구 신규 정착촌 34곳 조성을 위해 13억 셰켈(약 6200억 원)의 예산을 승인했고 접근도로 건설을 위한 추가 예산도 추진했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정착민 폭력과 이스라엘 당국의 철거·퇴거로 약 320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서안지구에서 강제 퇴거를 당했다. 생후 4개월 된 아기는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이스라엘군 검문소에서 지체된 끝에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유엔은 올해 정착민 관련 공격이 약 260개 팔레스타인 공동체에서 1430건 이상 발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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