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거리두던 사우디, 이라크·후티 겨냥 참전…정면대결 불사
이라크 친이란민병대 공습…홍해서 '후티 대응' 국제연합도 추진
석유 인프라 공격 이어지자 "국가자산 방어 위해 대응할 것" 강공 전환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이란 간 전쟁 격화에도 직접 참전을 꺼려온 사우디아라비아가 공개적으로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 세력을 공습한 데 이어 홍해에서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에 맞설 국제연합 결성까지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사우디군은 전날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 기지와 무기·군수시설 등을 함께 공습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이란전 발발 이후 사우디가 미국과 함께 공습에 나섰다고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는 이번 공습에 대해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게 아니라 자국이 공격받은 데 대응한 '자위권 행사'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우디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이라크 영토에서 발진한 드론 여러 대가 사우디 동부와 수도 리야드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려다 요격됐다. 사우디 측은 그 배후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민병대를 지목했다.
투르키 알말키 사우디 국방부 대변인은 "사우디는 국가 자산을 스스로 방어하고 적절한 시간·장소에서 대응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 발발 후 이란의 보복 공격에 시달려 온 사우디가 직접 이란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펼친 건 아니지만, 이란을 향한 사우디의 분위기 변화를 의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 이번 공습으로 이라크에 있던 이란 측 인사도 피해를 입었다. 이라크의 친이란 성향 준군사조직 인민동원군(PMF)은 이번 미·사우디군 공습으로 대원 최소 20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고 밝혔는데, AFP는 사망자 중에 이란이 파견한 혁명수비대 군사고문 5명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대통령실은 미·사우디의 공습을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이자 이라크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비난하면서도 자국 내 무장단체가 주변국을 공격하는 행위 역시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우디는 이라크는 물론 홍해에선 후티의 선박 공격에 맞서기 위한 국제연합 결성도 추진하면서 전쟁 장기화로 인한 석유 수출 차질이나 투자·관광 등 경제 전반에 미치고 있는 악영향을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이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사우디는 홍해 항해 선박을 후티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국제연합 구성을 수십개국과 논의하고 있다. 다만 참여국과 연합의 구체적인 형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후티는 이달 20일 '사우디가 예멘을 봉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홍해에서 사우디를 상대로 '해상 봉쇄'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후티는 이후 홍해에서 사우디 선박들을 잇달아 공격했고, 사우디는 상선 운항을 위협하는 데 이용됐다는 이유로 예멘 호데이다항의 후티 군사시설을 공습했다.
이에 따라 미·이란 전쟁의 전선이 걸프 지역을 넘어 이라크와 홍해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는 그간 이란과의 정면충돌을 피해 왔지만, 자국 석유 시설과 원유 수송로가 공격받을 경우엔 직접 대응한다는 '레드라인'을 분명히 하고 있단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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