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법, 2차대전 프·독 화해시킨 '유럽 모델'에서 찾는다"

런던 싱크탱크, '유럽석탄철강공동체' 본뜬 다자 해법 제안
이란은 '의외로 관심', 미국은 '오락가락'…군사적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

호르무즈 해협 지도와 3D 프린터로 제작한 송유관 모형. 2026.03.2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연일 격화하는 상황에서 과거 제2차 세계대전으로 얼룩졌던 유럽 대륙에 평화의 초석을 놓은 역사적 모델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새로운 제안이 나와 이목이 쏠린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부어스 앤드 바자 재단'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걸프만 연안 8개국이 초국가적 기구를 설립해 호르무즈 해협을 '지역 공동 자산'으로 함께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구상은 해협을 통과하는 대형 유조선에 해양 안전 및 환경 관리를 위한 소액의 수수료를 공동으로 부과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해협 통제권을 주장하는 이란을 만족시키면서도 모든 관련국에 평화 유지의 경제적 동기를 부여하는 윈윈 전략으로 평가된다.

이 제안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출범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에서 영감을 받았다.

당시 숙적이었던 프랑스와 독일은 전쟁의 핵심 원료인 석탄과 철강을 공동 관리함으로써 또 다른 전쟁을 "물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는 훗날 유럽연합(EU)의 모태가 됐다.

에스판디아르 배트망겔리치 재단 대표는 "가장 기본적인 협력조차 해내지 못한다면 더 큰 문제로 나아갈 수 없다"며 이 제안이 지역 평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외로 가장 먼저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은 이란이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지난 10일 이 제안을 상세히 소개하며 "호르무즈 해협은 지역 협력의 기회"라는 이례적인 논평을 냈다.

협상파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역시 외교와 협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군사적 대치와 경제난 심화 속에서 이란이 외교적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반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오락가락하며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강경파는 전쟁 이전의 '완전한 자유항행'으로의 복귀만을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해군이 해협을 보호하는 대가로 모든 화물에 20%의 통행료를 물리겠다고 했다가 단 하루 만에 철회하는 등 일관된 정책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16일 오만 무산담 해안에서 포착된 한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항행하고 있다. 2026.7.16 ⓒ 로이터=뉴스1

이처럼 외교적 해법이 주목받는 이유는 군사적 옵션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이 설치한 기뢰를 제거하는 작업은 극도로 위험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단 한 발의 기뢰만 새로 설치돼도 원점으로 돌아가는 '시시포스의 형벌'과 같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란의 드론과 고속정 등 비대칭 전력 때문에 미 함대의 호위 작전도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라이언 크로커 전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는 "단 한 척의 고속정이나 몇 기의 드론만 뚫고 들어와도 해상 무역은 다시 차단된다"고 경고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의 평화는 군사력이 아닌 외교적 상상력에 달렸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걸프 동맹국들이 움직이기 위해선 미국의 확고한 안보 보증이 필수적인 만큼, 현재로서는 미국의 정책적 혼선이 평화로 가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크로커 전 대사는 "현재 가장 큰 부정적 요인은 미국의 입장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라며 "걸프 국가들이 일방적이든 집단적이든 행동에 나서기 위해서는 미국의 장기적인 확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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