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戰 '무한 굴레' 빠진 트럼프…확전도 후퇴도 난감

CNN "'펜로즈 계단' 처지…호르무즈 방치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07.08 ⓒ 로이터=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발효에도 무력 충돌을 반복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쟁을 확대하기도 아예 발을 뺄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CNN방송은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가 이란 문제를 놓고 빠진 상황이 아무리 오르고 내려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착시 현상인 '펜로즈의 계단'(Penrose stairs)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면전을 불사하기로 결심할 경우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전략으로는 이란군 및 민간 기반시설·발전소에 대한 대대적 공습과 대 이란 해상 봉쇄를 재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과거 여러 차례 지상전의 폐해를 경험한 만큼 미국이 이란 본토를 전면 침공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원유 수출 저점인 하르그 섬 점령을 다시 검토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미국의 공습 재개 시 이란도 역내 미군 기지와 걸프국들을 겨냥해 다시 대규모 보복 공격에 나설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역내 석유·가스 시설이 재차 공격 표적이 되고, 전 세계적인 에너지난이 더욱 심화할 위험이 크다.

미국이 이란의 경제적 숨통을 조이기 위해 해상 봉쇄를 재도입한다면 이란은 중동의 핵심 원유 수출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 강화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우회가 어려운 비좁은 해협이라는 특성상 이란은 드론, 기뢰 몇 개 만으로도 호르무즈에서 상선 운항을 마비시킬 수 있다.

지난 3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 당한 태국 화물선. 2026.03.11 ⓒ AFP=뉴스1

미 연방 하원 군사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애덤 스미스 의원은 "이란을 완전히 굴복시키는 수준으로 일을 끝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논리 자체에 결함이 있었고, 이제 우리는 그로 인한 수렁에 빠졌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 손을 떼고 전 세계가 그 여파를 감수하게 방치할 가능성도 떠오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이스라엘 공격에 대응해 호르무즈를 봉쇄하자 이 해협을 사용하는 원유 수출입국들이 항로 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영구적 통제권과 통행료 부과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미국이 발을 빼면 역내 선박 운항의 위험성 증대, 운송 비용 상승, 석유 시장 공급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급등 심화로 귀결된다.

호르무즈 해협 내 긴장 지속은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긴다. 유가 폭등에 따른 미국 서민 체감 물가의 상승은 공화당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역내 정세 악화는 개전 이후 훨씬 강경화한 이란 정권과 그 대리 세력들에게는 기회다. 오랜 서방 제재로 경제난이 익숙한 데다 러시아와 중국의 비호를 받는 이란 정권이 미국이 가하는 경제적 압박에 얼마나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