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 입고 가슴 치며 '피의 복수' 다짐…하메네이 장례 첫날
35도 넘는 폭염 속 추모객 집결…"미국에 죽음을" 등 반미 구호
장례 참석 강요설 속 일부 주민은 테헤란 떠나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중동 전쟁으로 폭사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 첫날인 4일(현지시간) 추모객 수만 명이 하메네이의 관 앞에 모여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다.
AFP·로이터통신 및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에 따르면 이날 하메네이의 관이 안치된 이란 수도 테헤란의 그랜드 모살라 대사원 일대에는 35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검은 옷을 입은 일반 조문객들이 대거 집결했다.
광장 곳곳에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 국기와 '피의 복수'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이 나부꼈다. 사회자가 확성기를 통해 "통곡합시다"라고 독려하자 '미국에 죽음을', '복수하라' 등의 구호가 터져 나왔다. 일부 추도객들은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추모객들은 하메네이 혹은 그의 차남이자 새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의 사진을 들고 '하메네이는 살아 있다', '이란은 영원하다', '순교한 지도자를 따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하메네이의 관은 전날 이란 지도부와 외국 고위 인사들의 조문을 위해 하루 동안 실내에 안치됐다가 이날부터 일반 조문을 위해 야외로 옮겨져 유리 덮개 아래 놓였다. 그의 딸, 사위, 며느리, 생후 14개월 손녀의 관도 함께 전시됐다.
조문을 위해 그랜드 모살라 앞 광장을 찾은 한 시민은 "여기 모인 모두는 최고지도자가 흘린 피에 대한 복수를 하러 왔다"며 "우리는 미국과 피의 복수 관계다. 미국과의 관계는 결코 좋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성직자라는 한 남성은 "최고지도자는 우리 모두의 아버지"라며 "그분이 떠나면서 우리 모두 고아가 된 기분"이라고 흐느꼈다.
참석자 일부는 미국과의 타협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한 조문객은 "미국이 원하는 무언가를 내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 관료들을 공중에서 폭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메네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장대한 분노' 작전 첫날인 2월 28일 테헤란 집무실에 있다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다. 그는 1989년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뒤 사망 전까지 37년간 이란을 철권 통치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에 오른 모즈타바가 장례식에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3월 취임한 모즈타바는 부상설 속에 아직까지 실물도 육성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메네이의 시신은 테헤란 행사 뒤 시아파 성지인 쿰과 이라크 나자프, 카르발라를 거쳐 9일 마슈하드의 이맘 레자 사원에 매장된다.
이란 당국은 일반 조문과 공식 운구가 진행되는 사흘간 테헤란에만 1500만~2000만 명의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AFP통신은 다만 테헤란 시내가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장례 기간을 피해 아예 도시를 떠난 주민들도 많다고 전했다.
이란의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란 당국과 정부 연계 기관들이 개인과 기업들에 하메네이 장례 참석을 강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 월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하메네이의 손에는 이란인들의 피가 묻어 있다"며 "그의 장례식에서 눈물 흘릴 사람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 정권의 반정부 시위대 처형 등 인권 탄압 문제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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