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장례식 안 간다"…냉담한 이란 국민들
"독재자 장례에 혈세 펑펑" 경제난 속 민심 이반…테헤란은 '텅텅'
2000만 인파 선전하지만…시민들은 "안전 우려, 강제 동원" 지적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오는 4일(현지시간)부터 엄수되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을 놓고 이란 내부 민심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고 AFP통신이 3일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최대 200만 명의 추모 인파가 몰릴 것이라 선전하고 있지만 수도 테헤란의 시민들은 오히려 과밀을 우려해 도시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으로 나라가 폐허가 된 상황에서 세금으로 초호화 장례식을 치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카스피해 연안 도시 토네카본에 거주하는 알리(49)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정부가 1500만 명을 위한 음식과 숙소를 마련했다는데, 그 돈은 어디서 나왔는가"라며 "불과 며칠 새 빵값이 30%나 올랐다. 결국 국민 주머니를 털어 장례를 치르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테헤란의 시각 예술가 카베(38) 또한 "지진이나 홍수 같은 재난 때는 제대로 지원하지 않던 정부가 전쟁으로 피폐해진 경제 상황에서 독재자 한 명을 위해 국민의 돈을 쏟아붓고 있다"며 "이것은 대중의 주머니를 턴 또 다른 도둑질이자 정권 선전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례식의 안전 문제와 강제 동원 의혹도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하메네이가 묻힐 예정인 도시 마슈하드의 주부 에파트(67)는 "부실한 행사 운영으로 인명 피해가 날까 걱정된다"면서 "테러라도 발생하면 정부는 사실 확인도 없이 이스라엘이나 반대파 탓으로 돌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테헤란에서 활동하는 번역가 아자데(43)는 "테헤란이 텅 비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1500만 인파는 대체 누구인가"라며 "지방의 공무원과 학생들까지 버스로 강제 동원한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아이들이 인파에 깔려 다칠까 봐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례식을 앞둔 테헤란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테헤란의 IT 종사자 사예드(29)는 "도시 분위기가 너무 삼엄해 북쪽으로 피신하는 길"이라며 "주요 도로가 통제되고 야간 검문소가 다시 생겼다.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가 지지자 400만~500만 명을 모아놓고 언론에는 2000만 명이 참석했다고 부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장례식에 대한 이란 정권의 선전과 실제 여론 사이의 괴리감을 보여주는 반응들이다.
테헤란의 화가 엘나즈(32)는 "하메네이의 생사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는데, 그의 장례식이 왜 중요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정부 지지자들과 일반 국민은 한 나라에 살면서도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았다"며 "이번 장례식도 소수만을 위한 국가 행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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