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하메네이 '세기의 장례식' 시작…"정권건재 과시·내부 결집"
100개국 대표단 등 최대 2000만명 조문…관 공개되며 조문 시작
9일까지 역대급 보안·경호 작전…새 최고지도자 등장 여부 주목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폭사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가 3일(현지시간) 사실상 시작됐다. 이란은 하메네이 장례식을 통해 내부 결집을 시도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에 이슬람 신정 정권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이란 국영 프레스 TV와 IRNA·IRIB통신 등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물론 폭격 당일 함께 숨진 가족들의 관이 이날 오전 이란 수도 테헤란의 그랜드 모살라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운구돼 조문을 받기 위한 자리에 안치됐다.
현지 매체들은 이날 러시아, 인도, 중국,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온 외국 인사들과 종교 지도자들의 조문을 시작으로 하메네이 장례 절차의 첫 단계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하메네이의 장례는 그가 2월 28일 사망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이란 신정 체제를 수호하는 최정예 부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아흐마드 바히디 사령관이 하메네이의 관에 손을 얹고 경의를 표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전쟁 발발 이후 그가 공개 석상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쟁으로 사망한 이란 정권 인사들의 유가족과 최고지도자 집무실 직원들은 전날 저녁 진행된 비공식 의식을 통해 고인을 추모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하메네이의 장례에 약 100개국 대표단이 참석한다며, 최소 8개국의 정부 수반과 12개국의 국회의장이 자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지지한 유럽국들은 장례에 초대하지 않았지만 동유럽 국가 일부에서 공식 조문단이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최고지도자 폭사라는 전례 없는 사태에 국가 자원을 총동원해 하메네이의 장례를 치른다. 공무원, 교육기관, 소방관, 군인 등이 장례 준비와 조문 인파 관리에 투입된다.
이란은 1989년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첫 최고지도자 사망과 2020년 카셈 솔레이마니 IRGC 쿠드스 정예군 사령관 폭사 당시 대규모 장례를 거행한 전례가 있는데 인파가 몰리면서 번번이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CNN방송은 이란이 미국과의 전쟁 여파와 내부 혼란이 극심한 상황에서 하메네이 시신 보호, 수백만 명 규모의 조문객 관리, 외국 고위 인사 맞이라는 역대급 보안·경호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란 당국은 하메네이의 장례 기간 조문객 1500만~2000만명이 집결할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로 해당 규모의 인파가 모여들면 현대 역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장례식이 된다. 외신 기자 900명을 포함해 총 1만4000명의 취재진이 이번 행사를 보도한다.
하메네이의 시신은 공식적인 장례 일정이 시작되는 4일부터 이틀간 그랜드 모살라에서 대중 조문을 받은 뒤 이슬람 시아파 성지인 이라크 나자프, 카르발라를 거쳐 9일 그의 고향인 마슈하드에 안장된다.
장례 기간 테헤란 내 공항은 폐쇄되며, 하메네이의 시신 운구 경로에 위치한 도시들에는 공휴일이 선포된다. 운구 행렬 일대는 개인 차량 운행이 금지된다.
당국은 7월 무더위 속에 밀집할 조문객들을 위해 그랜드 모살라 일대에 6000개 이상의 살수 장치를 설치했다. 구급차 2500대, 헬리콥터 21대, 드론 100대, 구조 인력 수천 명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란은 하메네이의 장례를 '금세기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표현한다. 행사를 지휘하는 IRGC 장성 알리 아크바르 푸르잠시디안은 이번 장례를 통해 "이슬람 공화국의 힘을 전 세계에 과시하겠다"고 밝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모든 국민이 열정과 품위를 갖고 역사적 규모로 함께해 국가적 단결과 이슬람 체제의 고귀한 이상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 17일 미국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사실상 미국의 패배 선언이라고 강조해 왔다. 미국이 사실상 이란 이슬람공화국을 주권국으로 인정한 데다 중동의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란이 하메네이의 장례를 통해 정권의 건재함을 과시하려 하는 만큼 그의 아들이자 새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공개 등장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하메네이의 차남인 모즈타바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3월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랐지만, 이후 한번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육성 연설을 공개하지도 않았다.
일각에선 모즈타바가 하메네이의 장례식을 첫 공식 행보로 삼아 새 최고지도자로서 정당성을 확립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스라엘의 암살 시도를 우려해 장례에 불참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란군은 하메네이 장례 기간 미국·이스라엘이 공격을 감행한다면 강력히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하메네이의 장례를 앞두고 모즈타바가 자국의 '사살 대상'이라고 발언했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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