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훈남 두바이 왕세자에 거액 송금…AI 날개 단 로맨스스캠

왕자 사칭 페이스북 계정 '우후죽순'…화상통화도 조작해 피해 속출

아랍 에미리트(UAE) 두바이 왕세자인 함단 빈 무함마드의 모습. 2026.3.28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수민 수습기자 이정환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왕세자를 사칭한 '로맨스 스캠'(연애빙자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사기범들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영상까지 제작하면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FP 통신은 3일(현지시간) 함단 빈 무함마드 두바이 왕세자를 사칭한 로맨스 스캠의 피해자인 필리핀 출신 가사 노동자 마리아의 사례를 보도했다.

마리아는 데이팅 웹사이트에서 자신을 두바이 왕세자로 소개한 남성을 만났다. 메시지 앱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던 마리아는 왕세자 모습의 그와 실시간 화상 통화도 했다. 곧 영상 속 남성의 미소와 애정 표현에 빠져들었고, 그가 실제 함단 빈 무함마드 왕세자라 확신했다.

그러나 해당 영상은 AI로 제작된 딥페이크 영상이었다.

AFP통신이 입수한 영상 통화 녹화본에서 남성은 실제 왕세자와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마리아에게 "안녕, 내 사랑. 당신의 사랑과 응원에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남성의 음성은 입술 움직임과도 맞물렸지만, 함단 왕세자의 실제 목소리와는 달랐다.

마리아와 연락을 이어가던 남성은 그녀에게 혼인 신고서와 왕실 회원 카드 발급 비용을 명목으로 10만 페소(약 250만 원)를 요구했고, 이어 호텔에서의 만남을 제안하며 예약비로 6만 페소(약 150만 원)를 추가로 요구했다.

마리아는 남성의 페이스북 계정에 표시된 위치가 나이지리아인 것을 발견한 후에야 사실을 깨닫고 연락을 차단했다. 마리아는 사기 피해로 1년 동안 모은 저축액을 모두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두바이 왕자' 사칭 사기꾼들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UAE 왕실을 사칭하며 연애 감정을 유발하는 게시물로 이용자들을 유인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들이 운영하는 일부 페이스북 계정은 수천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왓츠앱 혹은 텔레그램 채팅을 통한 '왕세자'와의 개인적 접촉을 유도했다.

페이스북에 떠도는 두바이 왕세자 함단 빈 무함마드의 조작된 사진. (사진 = 페이스북 갈무리)

두바이 왕세자를 사칭한 로맨스 스캠이 확산하자 이용자들에게 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에선 '파자(함단 빈 무함마드 두바이 왕세자의 필명) 스캠을 멈춰라'라는 제목의 온라인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사기꾼들이 "피해자의 국가가 아닌 제3국 은행이나 때로는 암호화폐로 거액을 송금해 달라고 요구해 추적이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AI를 이용해 인간의 움직임과 표정을 실시간으로 합성하는 딥페이크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맨스 스캠 수법도 더욱 정교해질 것이라 했다.

데이비드 랜드 코넬대학교 교수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실시간 비디오 딥페이크는 더욱 정교해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비대면 대화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sumin0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