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합의에 제일 손해본 건 네타냐후…국내외서 사면초가"

트럼프, 이란과 거래서 이스라엘 반대 묵살…외교·안보 전략 실패
국내선 강경파 압박, 국외선 동맹과 균열…진퇴양난 빠진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1일 예루살렘 소재 언론사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2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전쟁 종식 합의로 가장 큰 손해를 본 인물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자신만이 미국의 대이란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자부해 온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위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과거 외교가에서 '아메리칸 위스퍼러(미국을 움직이는 자)'로 불릴 만큼 미국 집권 공화당의 확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미국의 대중동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 과정에서 그의 명성에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배제한 채 이란과 직접 협상에 나섰고, 이스라엘의 반대는 사실상 묵살됐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 간의 목표가 달라지면서 균열은 더욱 선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전쟁에서 발을 빼려 하는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과 헤즈볼라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군사 작전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네타냐후 내각의 강경파들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25년 12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25.12.29 ⓒ 로이터=뉴스1

특히 밴스 부통령은 "지난 3개월간 이스라엘 방어에 사용된 무기의 3분의 2는 미국 납세자의 세금으로 제공됐다"고 직격하며 이스라엘이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강력한 동맹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동맹 관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이례적으로 발언이다.

데니스 로스 전 미국 중동 특사는 "네타냐후는 갈등을 끝내려는 미국 대통령과 레바논에서의 양보를 거부하는 국내 지지 기반 사이에 끼어 점점 더 사방이 막힌 처지가 됐다"고 분석했다.

군사 행동을 계속하면 미국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고, 철수하면 강경파 지지층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쟁 초기 네타냐후 총리가 약속했던 '궁극적 승리'는 현실화하지 못했다. 이란 정권은 붕괴하지 않았고, 헤즈볼라를 궤멸하지도 못했으며,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의 안전한 귀환도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의 전 보좌관이었던 아비브 부신스키는 "미국과 이란의 합의는 네타냐후에게 결정타"라며 "그는 이란과의 전쟁에서 패했을 뿐 아니라 친구로서의 트럼프도 잃었다"고 평가했다.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과 달리 공화당이라는 '안전 그물'도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었던 미국 공화당과의 유대가 이제는 가장 큰 부채가 된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전략적 구상이었던 '아브라함 협정' 확대 역시 동력을 잃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국가들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속도를 늦추는 대신, 이란과의 대화 채널을 조심스럽게 다시 열고 있다.

한 이란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을 "단순히 이란의 승리가 아니라 네타냐후의 실패"라고 규정하며, 이란이 지역 내에서 더 영향력 있는 행위자로 부상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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