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 승자는 파키스탄"…중재역 빛나며 외교 위상 '우뚝'
트럼프·이란 잇는 핵심 중재자 부상…'파키스탄 고립책' 인도 따돌려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에서 중재국 역할을 맡으면서 국제 무대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누리지 못했던 수준"의 정치적 영향력을 갖게 됐다고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파키스탄은 이란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3월 말부터 튀르키예 등 다른 지역 국가들과 함께 중재 역할을 맡았다. 당시 군부 실세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군 참모총장과 셰베즈 샤리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을 접촉하며 양국의 휴전 협상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는 파키스탄이 제안한 회담 장소인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양국 대표단의 첫 대면 협상이 진행됐다. 협상 막바지까지 파키스탄은 양국의 핵심 중재국 역할을 맡았고,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을 처음으로 발표한 인사는 파키스탄의 샤리프 총리가 됐다.
파키스탄은 중재 과정에서 단순히 이란의 지리적 인접국을 넘어, 냉각된 미국-이란 관계에서 양측 모두와 직접 소통이 가능한 희소성 있는 채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파키스탄은 이슬람 시아파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국가로 '시아파 맹주'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 미군 기지가 없어 전쟁 기간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전직 파키스탄 외교관 자우하르 살림은 "미국과 파키스탄 지도부, 파키스탄과 이란 지도부 사이의 개인적 친밀함뿐만 아니라 이란에 대한 파키스탄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파키스탄을 이 역할에 잘 들어맞도록 만들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파키스탄이 이번 중재국 역할을 통해 숙적 인도에 맞서 국제적 영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는 한편, 국제 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하며 더 많은 해외 투자를 유치할 기회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앞서 파키스탄은 과거 냉전과 '테러와의 전쟁' 초기 미국의 파트너 국가였으나, 지난 2011년 미국이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파키스탄 내 은신처 습격 작전을 감행하면서 관계가 악화했다.
지난 2022년에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파키스탄의 핵무기를 두고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하나"라고 비판하기도 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 발언은 파키스탄 측의 항의를 받고 철회됐으나, 그의 임기 내내 양국 관계는 냉랭한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파키스탄 지도부는 지난해 5월 인도와의 무력충돌 중재에 기여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지지하는 등 그와 개인적인 유대를 쌓는 데 집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니르 총장을 두고 "위대한 전사", "매우 중요한 인물", "탁월한 인격의 소유자" 등 여러 차례 호의적인 평가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착은 숙적 인도와의 관계에서 파키스탄에 이득이 됐다. 파키스탄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파키스탄을 국제 사회에서 고립시키는 강경 정책을 펴 왔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휴전 중재자 역할은 인도의 고립 정책을 약화하고 자국의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크리스토퍼 클래리 올버니대 정치학 부교수는 "파키스탄은 2025년 초 중동에서 사실상 영향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오늘날 지역 내에서 중대한 외교적·군사적 행위자로 거듭났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그는 임시 합의를 최종 타결 지은 것은 카타르의 막판 개입이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파키스탄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격상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물론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과 파키스탄의 긴밀한 관계가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파키스탄 싱크탱크 '내셔널 다이얼로그 포럼'의 셰하르야르 칸 상임이사는 블룸버그에 "신뢰는 상징적인 제스처나 단기적인 외교적 성과보다는 궁극적으로 지속적인 관여와 일관성에 의해 형성될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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