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3000억불 재건기금' 합의…"美 정치·재정적 위험 벗어"

미국과 이란 당국이 전쟁을 종식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후, 1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사람들이 이란의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초상화가 그려진 대형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6.06.15 ⓒ 로이터=뉴스1
미국과 이란 당국이 전쟁을 종식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후, 1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사람들이 이란의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초상화가 그려진 대형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6.06.1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이란 종전 양해각서(MOU)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3000억 달러(약 450조 원) 규모 재건 기금'이 미국 입장에서는 정치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재정 리스크를 최소화한 구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동글로벌평화의회(MECGA)의 무하마드 셀룸 객원 수석연구원은 17일 이번 합의 구조가 미국 입장에서는 "손해가 없는 해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개혁에 성공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적 공로를 갖게 되지만, 실패하더라도 미국이 잃을 것은 없으며 금융 위험은 기금을 분담하는 걸프 국가들이 떠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건 기금'이라는 방식 자체가 이란의 동결 자산을 직접 풀어준다는 비판적 여론을 피하기 위해 설계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금 해제 대신 투자 구조를 활용해 '양보' 이미지 자체를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현재 해외 은행에 묶여 있는 이란의 정확한 동결 자산 규모는 불분명하나, 전문가들은 원유 판매 대금 등을 포함해 총액이 1000억 달러(약 15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란 경제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계속된 국제사회의 제재로 타격을 입었으며, 해외 자산 접근이 차단된 상태였다. 2015년 핵합의(JCPOA)로 제재 완화 혜택을 받았으나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파기로 다시 고립이 심화된 바 있다.

동결 자산의 실제 방출 여부를 두고는 양국의 주장이 엇갈린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이번 양해각서 초안에 240억 달러(약 36조 원) 규모의 동결 자산 해제가 포함됐다고 보도했으나, JD 밴스 미 부통령은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부인했다.

밴스 부통령은 "240억 달러라는 수치는 문서에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자산 동결 해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본질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대해 장기적 약속을 하는 대가로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전쟁으로 인해 약 290억 달러(약 44조원)의 피해를 입고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이란 입장에서는 이번 투자 기금이 경제적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다만 이것이 이란 내부의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셀룸 연구원은 "테헤란은 이를 주권적인 제재 완화가 아니라, 미국의 사찰과 감시를 전제로 하는 조건부 자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