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봉쇄에 수출길 막힌 이란, 해상 노후 유조선에 원유 비축

걸프 일대에 원유 등 실은 유조선 봉쇄 전 29척 → 39척
해상 저장고 현재 4200만배럴…2400만배럴 여력 있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한 가운데 유조선이 오만 무스카트에 정박해 있는 모습. 2026.03.0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이란이 미국의 봉쇄로 원유 수출길이 막히자, 걸프 해역에 노후 유조선을 띄워 '해상 저장고'로 활용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단체 이란핵반대연합(UANI)은 현재 걸프에 이란산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을 실은 유조선이 약 39척으로, 봉쇄 전의 29척보다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하르그 섬 인근에 선박이 집중돼 있으며, 차바하르 항 주변에서도 의심 선박이 포착됐다.

지난 3월, 미국은 국제 유가 급등을 우려해 이미 해상에 있는 이란산 원유에 대해 30일간 제재를 면제했다.

하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이란이 원유 무역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자, 지난 4월 중순부터 이란 항구를 봉쇄하고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선박들을 차단했다. 미 해군은 봉쇄 이후 72척을 되돌리고 4척을 무력화했다.

케이플러와 카이로스 등 에너지 분석업체는 걸프 해역 유조선에 실린 이란산 원유가 "분쟁 시작 이후 최고 수준"이라며 현재 4200만 배럴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란은 추가로 비어 있는 유조선을 활용해 최대 2400만 배럴을 더 저장할 수 있다. 육상 저장고도 6400만 배럴 규모의 64%가 채워져 있다.

위성 감시 자료는 이란의 움직임을 더 뚜렷하게 보여준다. 유럽우주국(ESA)의 '센티넬-1' 위성은 위치 신호를 끈 선박들을 레이더로 하르그섬 인근 선박 수를 집계했다. 현재 20척의 유조선이 정박 중이며, 이는 한 달 전 6척에서 많이 증가한 수치다. 5월 초 하르그 섬에서는 대규모 원유 유출 흔적이 포착돼 일시적으로 선적이 중단되기도 했다.

봉쇄를 뚫고 나간 사례는 드물다. 대표적으로 이란 국적 유조선 '휴즈(Huge)'가 3월 말 하르그에서 원유를 싣고 4월 중순 오만만을 떠난 뒤, 미 해군을 피하려는 듯 인도네시아 롬복 해협을 거쳐 중국으로 향했다. 이는 평소 말라카 해협을 거쳐 말레이시아 인근에서 중국 선박과 '선박 간 환적'을 하던 관행과는 다른 경로였다.

결국 이란이 노후 유조선을 띄워서까지 원유를 저장하는 것은 미국의 봉쇄가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