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1목표는 호르무즈 재개방…이란에도 포기 불가한 지렛대"
WSJ "핵 시설 무너진 이란, 해협 통제로 시간·자금·억지력 확보 의지"
'통행료 용납 불가' 美, 이대로면 병력 못빼고 압박 유지·걸프국 보호해야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를 전쟁의 제1 목표로 공언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목적지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의 핵 기반 시설은 심각하게 파괴됐고 정권도 매우 불안정해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어렵다. 이란에는 시간, 현금, 억지력이 필요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제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가져다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온건파 지도부의 잇단 폭사로 이란의 실권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역시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RGC와 연계된 일간지 자반(Javan)은 최근 "세계 경제가 이 항로(호르무즈 해협)에 결정적으로 의존하는 한, 이 수입원은 어떤 제재로도 차단할 수 없다"며 "이란의 정치·경제 구조는 원유 판매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통행료 수입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의회에서는 이미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법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돌입했다.
여기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있는 한 이스라엘의 역내 재편 구상이 실현되기도 어렵다.
이스라엘은 이란 견제라는 공동의 이해를 기반으로 한 아브라함 협정에 사우디아라비아 등 추가 참여국을 끌어들이려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걸프 국가들의 경제 체제는 미국의 패권이라는 우산 아래서 성장할 수 있었던 만큼, 미국의 우산과 호르무즈 해협 항행의 자유도 사라진다면 이들 국가는 이란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이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를 포함해 호르무즈 해협을 동시에 개방하며 전쟁을 끝내되, 핵 협상을 추후로 미룰 것을 미국에 제안했다.
이에 대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해협을 개방한다'는 의미는 '이란과 조율하거나, 허락을 받거나, 그렇지 않으면 폭파하겠다는 조건으로 해협이 개방되며 우리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해협 개방이 아니다. 그곳은 국제 수역이다. 우리는 이란이 국제 수역을 누가 이용할 수 있는지, 얼마를 내야 이용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체제를 정상화하거나 그러려는 시도를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루비오 장관이 공언한 '통행료 체제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원칙과 미국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미국은 이란 정권이 존속하는 한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력을 영구 주둔시켜야 한다.
또한 봉쇄나 폭격으로 벼랑 끝에 몰린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너지·수자원 인프라에 대해 보복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큰 만큼, 미국은 이들 동맹국을 보호할 의무도 지게 된다.
경제적 압박이 정권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으나, 이란이 서방 제재에 맞서 40여년에 걸쳐 구축한 '저항 경제'(Resistance Economy)와 정권의 이념적 결속력으로 인해 근시일 내에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WSJ은 "미국의 1차 목표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어야 한다"며 "이란 정권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미국은 헌신, 인내, 기강을 갖춘 장기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짚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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