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 '호르무즈 개방' 직후 군부 제동…"내부갈등 표면화"

IRGC, 아라그치 장관의 '해협 개방' 철회하고 '재봉쇄' 발표
군부 연계 매체들 일제히 아라그치 비판…美연구소 "권력내 광범위한 분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의 미국과의 협상장으로 향하는 기내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희생된 어린이들의 영정 사진과 유품을 바라보고 있다. 2026.04.1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진성훈 기자 =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전격 개방 발표 및 뒤이은 재봉쇄 조치를 통해, 이란 군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와 협상파 간의 권력 갈등이 표면화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포춘은 18일(현지시간) 주말판에서 최근 24시간 동안 이란 권력 중심부의 갈등을 드러내는 혼란스러운 메시지들이 터져나온 끝에 이란 군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폐쇄했다고 보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17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레바논에서의 '열흘 휴전'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상업용 선박에 완전히 개방한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이 정한 항로를 따라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매우 전향적인 조치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 트루스소셜에 "감사하다!"고 적었다. 뉴욕 증시도 반색하며 급등했고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그러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은 곧 성명에서 미국이 역(逆)봉쇄로 휴전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며 이날(18일) 오후부터 (미국의) 봉쇄 해제 시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호르무즈 해협에 접근하려는 모든 시도는 적과의 협력으로 간주하고, 해당 선박을 공격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반(半)관영 타스님 통신은 아라그치 장관의 해협 완전 개방 선언을 비판하며 이례적으로 이를 "정보 전달에 있어 완전히 분별력이 결여된 행위"로 규정했다.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또 다른 통신사인 파르스 통신도 "아라그치 장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대해 예상치 못한 트윗을 올린 후 이란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미국·이스라엘이 2월 28일 전쟁을 개시한 직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상당수 고위 지도자를 제거하면서, 혁명수비대는 강경한 입장을 취한 채 정권의 군사·외교적 대응에서 존재감을 키워 왔다.

지난달 초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자국이 공격받지 않는 이상 이웃 국가를 공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최근 공격을 받은 이웃 걸프국에 사과한다고 밝히자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군부 강경파가 거세게 반발해 이를 철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테네시대학 채터누가 캠퍼스의 이란 전문가인 사이드 골카르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알리 하메네이의 죽음이 이란 지도부를 분열시켰다며 "여러 파벌 간 싸움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보고서에서 IRGC의 아라그치 비판이 "이란 정권 내부의 광범위한 분열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과의 1차 평화 회담이 정권 내부의 의견 불일치로 인해 중단됐다는 보도를 인용하며, 이란 내 여러 파벌들이 매우 다른 협상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ISW는 "정권 내 파벌 싸움은 파벌 간 중재자 역할을 해왔던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사망으로 더욱 악화됐다"며 강력한 중재자가 없는 상황에서 IRGC 파벌은 앞으로도 이란의 의사 결정에 지배적인 역할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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