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원? 실제 규모 아무도 몰라"…이란 동결자산, 협상 변수로

중국 등 전 세계 곳곳에 분산

이란 국기 앞에 3D 프린터로 제작한 원유 시설 모형이 놓여 있다. 2026.3.2 ⓒ 로이터=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에서 이란의 해외 동결자산이 주요 변수로 떠올랐지만, 실제 자금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이란이 동결자산 해제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자금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산적하다며 "해외에 묶인 이란의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해외 동결자산은 대부분 과거 이란의 석유·에너지 수출 대금으로,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다.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체결 이후 자금 일부가 이란 본국으로 회수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가 2018년 협정을 파기하면서 다시 접근이 제한됐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이란의 대표적 동결자산은 카타르에 묶인 60억 달러(약 8조 8500억원)다. 이는 2023년 9월 이란의 미군 포로 석방을 조건으로 한국 내 은행에 예치돼 있던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을 카타르로 이전한 것이다.

미국은 그러나 한 달 뒤 팔레스타인의 친이란 무장세력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카타르 내 이란 자산을 도로 동결해 버렸다.

이란은 이 밖에 오만 등 걸프 국가들과 튀르키예 및 룩셈부르크 소재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클리어스트림 등에도 자금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라크에는 전력 수출 대금 100억 달러(약 14조7500억원)가 미수금으로 쌓여 있다.

이란의 동결자산 규모 파악을 가장 어렵게 하는 요인은 중국 내 자금이다. 이란은 미국의 JCPOA 탈퇴와 제재 복구 이후에도 계속 중국에 석유를 팔아 왔다. 이란의 석유 수출량 90% 이상이 중국으로 들어간다.

이란이 중국에서 올린 수입은 이란, 중국, 중간 업체 간 불투명한 금융 거래를 거쳐 이동한다. 대부분 자금은 이란이 중국 내 수입품을 구매하는 데 쓰인다. 일부는 중국에 미사용 자금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미아드 말레키 연구원은 "미국 제재로 1000억 달러(약 147조 5500억원) 넘는 이란 자금이 해외에 묶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대부분 중국에 있고 이라크, 한국, 일본, 인도, 룩셈부르크 등에도 분산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동결자산 해제를 만신창이가 된 경제를 복원할 '생명줄'로 여긴다. 미국은 제재 완화 시 이란이 해당 자금을 핵·미사일·드론 등 무기 개발과 해외 대리 세력 지원에 유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