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산책해도 되나요"…테헤란 시민들, 휴전에 기대반 걱정반

'문명 파괴' 위협에 공포 휩싸였다 새벽 2시 휴전 소식에 가슴 쓸어내려
中신화통신 "시민들 안도감은 있지만 아직 해방감은 아냐"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분쟁 중 주거용 건물에 대한 공습으로 파괴된 차량이 잔해 속에 흩어져 있다. 2026.03.16.ⓒ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이란 수도 테헤란의 주민들은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발표되자 폭격이 끝났다는 '안도감'과 전쟁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함께 느끼고 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8일(현지시간) 테헤란발로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에 응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지 않으면 미국이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을 날릴 것이라고 경고했다가, 시한을 1시간 30분쯤 앞둔 8일 새벽 2시(이란 시간) 트루스소셜 게시글을 통해 2주간 공격 중단 및 휴전을 발표했다.

시한이 다가오는 동안 테헤란 시민들은 '문명 파괴'까지 위협한 미국이 실제로 주요 민간 인프라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들은 전력과 물 공급 중단 가능성에 대비해 물자를 모아놓는 한편, 일부는 도시를 떠나기도 했다.

이후 테헤란 시민들은 휴전 소식에 안도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은행원 사마(40)는 "안심이 된다. 이제야 마음 편히 누워서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신화통신에 전했다.

사마는 매일 아침 무엇을 비축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생각하느라 시간을 보냈다며, "이제 더 이상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날까 봐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 편히 산책하러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12일 전쟁'이 끝났을 때, 불과 몇 달 만에 더 길고 긴 분쟁이 다시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언제든 다시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이날도 테헤란에서는 이따금씩 방공망이 작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대규모 공격 위협은 중단됐지만, 이란 남부의 라반 석유 시설이 공격받았고, 걸프 국가들과 이스라엘 곳곳에서도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보고됐다.

이란 국가최고안보회의 역시 이날 휴전 확인 성명에서 휴전 협상이 "미국 측에 대한 완전한 불신 속에서 진행된다"며 "협상이 진행되는 것이 전쟁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사이드(40)는 자신의 감정을 일시적인 기쁨과 내면의 의구심이 섞인 상태라고 표현했다. 그는 "친구와 고향, 그리고 조국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사이드는 휴전 소식을 들었을 때 반쯤 잠든 상태였다고 떠올렸다. 그는 지금의 행복이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았다며 "솔직히 말해 씁쓸한 미소가 나의 첫 반응이었다"라고 말했다.

사이드는 전쟁 기간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에 괴로워하면서도 몇 주간의 중단 끝에 학생들과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평화는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하기 때문에 나를 행복하게 한다"고 말했다.

전쟁은 이란 경제 전반에도 막대한 타격을 가했다. 이란 소비자들에게 물자를 공급하고 수출시장에서 외화를 벌어들이던 제약회사와 석유화학 공장들이 전쟁 피해를 보거나 파괴당했다. 이들 시설의 복구에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사마는 "많은 사람이 생계를 잃었다. 생산 라인을 재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한 달 넘게 이어진 스트레스와 공포에 시달린 테헤란 시민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안도감을 느끼며 봄이 찾아온 거리로 나왔다.

신화통신은 테헤란의 분위기를 두고 "안도감은 있지만 해방감은 없고, 희망은 있지만 아직 겨울옷을 입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