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2만명 걸프 고립…일부 선주 "호르무즈 뚫고 나와라" 압박

전쟁 발발 이후 민간 선박 최소 22척 피격…선원 8명 숨져
본국 귀환 난망…"전쟁지역 선원 보호받을 권리 유명무실"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만을 항행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선원 2만여명이 페르시아만에 한 달째 고립된 것으로 파악된다. 승선 기간만 따지면 수개월에 달하지만, 현재로서는 본국으로의 귀환 일정은 난망한 상황이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걸프 해역에서 이란의 보복 공격을 당한 민간 선박은 최소 22척으로 파악된다. 사망한 선원은 최소 8명으로 집계됐으며, 실종자 수는 그보다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국제선박관리자협회(ISMA) 사무총장 쿠바 시만스키는 걸프만에 발이 묶인 선박 대부분은 식량과 물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만, 물자에 대한 우려가 서서히 커지고 있다며 "(전쟁이) 계속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많은 선원이 귀국을 원하고 있지만, 이들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선사들의 입장이다. 국제 항공로가 자주 폐쇄되는 데다, 이를 위한 각종 여행 서류는 물론 선원들을 육지에 상륙시킬 선박을 확보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선주가 귀국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해양 지원선(OSV)에 승선 중인 인도인 선원 아누즈는 FT에 "이라크에 상륙하기 위해 선주의 하선 승인서가 필요했으나, 선주는 전쟁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수개월째 승무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있었고 연락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승무원을 돌려보내려는 선주는 선박의 최소 승무원 규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먼저 대체 인력을 구해야 한다.

유조선 운임이 급격히 인상되는 상황에서, 일부 선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도록 선원들을 압박하는 상황도 우려된다.

전 세계 상선 선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설립된 국제 자선단체 '더 미션 투 시페어러스'의 프로그램 디렉터 벤 베일리는 "선주들에게 해협 통과를 강요하지 말도록 촉구할 것을 요청해 온 승무원의 사례가 최소 2건이었다"며 "하루 만에 해당 승무원들이 '항해를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 왔다"고 말했다.

국제운수노동자연맹(ITF)은 전쟁 발발 직후 해운사들과 걸프만·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근무하는 선원들이 기본급에 상당하는 보너스를 받고 항해 거부권과 본국 송환권을 갖는다는 데 합의했다. 본국 송환 비용은 고용주가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합의 수준에 불과해 강제하기는 어렵다. 인도선원연합(FSU) 사무총장 마노즈 야다브는 이 합의가 적용되는 걸프만 내 선박 중 실제로 합의를 준수하는 곳은 30~4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야다브는 또한 "많은 선원의 급여 구조상 기본급이 총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소액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