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美·이란 중재역 급부상…주내 대면 협상 개최 의지

트럼프와 밀착 외교·시아파 인구·전략적 위치 등으로 중립적 채널로 주목
사우디와 '자동 개입' 방위조약도 압박…참전 피하려 중재에 적극 나서

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아야톨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난 가운데, 경찰이 군중을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하자 시위대가 흩어지고 있다. 2026.03.0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파키스탄이 이란 전쟁 종식을 위한 미·이란 회담의 유력한 호스트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회담이 성사될 경우, 파키스탄은 1972년 닉슨-중국 외교 중재 이후 국제적 주목을 다시 받을 수 있게 된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파키스탄은 단순히 지리적 인접국을 넘어, 냉각된 미·이란 관계에서 양측 모두와 직접 소통이 가능한 희소성 있는 채널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중재 역량은 지난 1년간 공들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착 관계에서 비롯됐다. 아심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은 다보스 포럼에서 트럼프를 만난 후 트럼프가 의장을 맡은 '평화위원회'에 합류하며 신뢰를 쌓았다.

특히 트럼프 가문과 연계된 스테이블코인을 국경 간 결제에 도입하기로 한 '크립토 딜'과 뉴욕 루스벨트 호텔 재개발 합의 등은 트럼프식 실용주의에 맞춘 외교적 결과물이다.

파키스탄이 중재에 사활을 거는 데에는 절박한 내부 사정도 있다. 세계 2위의 시아파 인구를 보유한 파키스탄은 지난 2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폭사 이후 전국적인 항의 시위에 직면했다.

또한 전쟁으로 인한 연료 공급 중단과 아프간 탈레반과의 갈등 등은 파키스탄 안보에 실존적 위협이 되고 있다. 전쟁의 확산은 곧 파키스탄의 파멸을 의미하기에 중재는 생존의 문제다.

파키스탄은 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과 달리 미군 기지가 없어 중립적 중재자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란과 남서부 발루치스탄 국경에서 과거 분쟁이 있었으나 최근 관계를 회복했다. 또한 1979년 단교 이후 워싱턴 내 이란 이익대표부를 파키스탄 대사관이 맡아온 역사적 특수성도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다.

특히,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체결한 전략적 상호방위협정(SMDA)은 파키스탄을 중재로 내모는 큰 압박이다. 이란이 사우디를 공격할 경우 파키스탄은 자동 개입해야 하는 처지다. 이샤크 다른 외무장관이 이란 측에 이 협정을 상기시키며 중재에 나선 것은, 전쟁에 직접 휘말리지 않기 위한 방책이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 관료는 이번 주말 이슬라마바드에서 회담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측에서는 JD 밴스 부통령, 백악관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 트럼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참여할 전망이다. 샤리프 총리와 외교부 장관은 지난 한 달 동안 중동 국가 및 이란 관리와 30회 이상 소통하며 회담 준비를 진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튀르키예와 이집트, 파키스탄이 중재자로 나서 26일까지 미국과 이란 당국자 간 대면 회담을 성사하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지만 양국 간 입장차는 여전히 큰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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