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쇼크'에 고무된 이란 초강수…"배상금·안전보장 없인 휴전 없어"

호르무즈 봉쇄로 유가 100달러 돌파…글로벌 경제 타격에 자신감
미국 '무조건 항복' 요구에 사우디 등 중재 난항…장기전 우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 2016년 3월 2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할 당시의 모습이다.(제3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란이 글로벌 오일 쇼크를 무기로 삼아 역으로 강경한 휴전 조건을 내걸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아랍권 외교관들을 인용해 이란이 모든 휴전 논의에 앞서 공습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고 있으며 향후 재침략 금지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시키며 세계 경제를 흔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이란은 전쟁 배상금과 미래 안전보장 없이는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굳혔다.

반면 미국은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고 있어, 공격에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아랍 국가들은 중재에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이란 지도부는 항복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부친의 사망으로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첫 성명에서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란의 핵심 실세로 꼽히는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또한 12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수를 인정하고 대가를 치를 때까지 전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협상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무조건적인 항복이나 군사력의 완전한 붕괴를 원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 또한 이란이 굴복할 때까지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아랍권 외교관들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12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두바이 크리크 하버(Dubai Creek Harbour) 인근에서 드론이 추락한 후 파손된 건물의 모습. 2026.3.12 ⓒ 로이터=뉴스1

이런 대치 상황에 가장 큰 불안을 느끼는 건 주변 걸프 아랍 국가들이다. 이란의 공격으로 에너지 시설과 공항, 주거 지역까지 피해를 보면서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우디는 이란의 에너지 기반 시설 공격이 격화하는 것을 우려해 양측을 중재하려는 노력을 주도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해 6월 전쟁 당시 미국의 공습 중단 선언만으로 전투를 멈춘 것을 '전략적 실수'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확실한 생존 보장과 전쟁 피해 배상금, 나아가 중동 지역 내 미군 철수까지 요구하며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이란은 경제적 압박을 통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시간 벌기' 전략을, 미국은 군사적 우위를 통해 이란을 굴복시키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의 팽팽한 힘겨루기 속에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스라엘군에서 전략기획실장을 지냈던 아사프 오리온은 WSJ에 "적군도 발언권이 있다. 이란이 항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시간을 벌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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