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다시 미군 전쟁터 됐다"…親이란 민병대와 충돌 격화
이란과 전쟁 여파, 이라크로 확산
장기화 땐 이라크 다시 혼란 빠질 수도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 여파로 이라크가 다시 미국의 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은 민병대가 미군 공격에 나서자 미국도 이라크에서 군사 행동에 나서면서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라크에서 미국과 이란 지원 민병대의 교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민병대는 전쟁 발발 이후 이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수십 차례 소규모 드론 및 로켓 공격을 시도했다. 공격 대상에는 중에는 이라크 북부의 미군 기지와 영사관, 바그다드 국제공항 내 미 국무부 시설 등이 포함됐다.
전날에는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이 로켓 공격을 받았다.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크 총리는 이에 대해 '불량 단체'의 '테러 행위'라고 규정했다.
미국도 이날 이라크에서 이란과 연계된 민병대 세력을 겨냥한 군사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WSJ은 "이는 이란 전쟁이 이웃 국가 이라크로 확산되고 있으며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이라크 침공 이후 수년간 반군과 싸우며 큰 희생을 치렀던 그곳으로 미군이 다시 돌아가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 공보담당자 팀 호킨스 해군 대령은 "'에픽 퓨리(장대한 분노) 작전'의 일환으로 이라크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으나 이는 이란과 연계된 민병대의 공격을 받은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가 최근 몇 년간 이라크 민병대를 직접 공격하는 것을 자제하며 장기간 이어진 이라크 전쟁에서 벗어나려 해왔다는 점에서 이는 미군의 전술 변화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20여년 전 이라크를 점령한 이후 대부분의 병력을 철수했으며 현재 정확한 규모가 알려지지 않은 일부 인원만 남아 있다.
이라크 관리들은 미군 전투기가 바그다드 남쪽 주르프 알사카르와 시리아 국경 인근 알카임 등 민병대 거점에 공습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오랫동안 이란이 공급한 무기를 저장하고 미군 기지 공격을 준비하는 거점으로 활용돼 온 곳이다.
지난 4일에는 이라크 중부 바빌 지역에서 발생한 공습으로 친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지휘관 아부 하산 알파리지와 다른 대원 한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호킨스 대령은 이 공격을 수행했다는 정보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 조직에 큰 타격을 입히고 이란을 상대로 한 제2의 전선을 이라크에서 구축하면서 동시에 수년간 쌓아온 갈등을 청산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타메르 바다위 연구원은 "미국이 이라크 내 이란 지원 네트워크의 지휘 체계를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며 전쟁 발발 이후 이라크 민병대에 대한 공격이 최소 24건 보고되었으며 대부분 미군이나 동맹군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이라크 내부의 종파 갈등과 경제적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원유 수출 차질이 발생할 경우 비교적 안정을 되찾던 이라크가 다시 정치·사회적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이란에 대한 공격과 미국의 이라크 군사 개입 사이의 차이가 있다면서 "이것은 이라크 전쟁이 아니다. 끝이 없는 전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금 전쟁이 과거 10년 가까이 이어진 이라크전처럼 장기 개입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란은 오랫동안 주변 국가들 내의 무장세력에게 자금과 무기를 지원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이들 중 이번 전쟁에 이란을 지원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라크 내 민병대 외에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과 드론 공격을 퍼부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정도다. 다른 지역 무장단체들은 보복을 피하기 위해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거나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란과 미국은 이라크에서의 영향력을 놓고 수년간 갈등을 빚어왔다. 이란은 같은 시아파 국가이자 이라크의 최대 이웃 국가로서, 미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워 이라크에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미국과 이란 모두와 관계를 유지하려는 입장이지만 최근 잇따른 공격과 군사 충돌로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7일 이라크 군부는 산하 민병대 연합체인 인민동원군(PMF) 소속 2개 부대가 공습을 받아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격 배후는 적시하지 않았다.
지난 4일에는 나자프 인근 사막 지역에서 발생한 교전으로 이라크 군인 1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다쳤다. 이곳은 민병대가 많이 주둔하고 있는 곳이다.
이라크 정부는 당시 자국 군이 조사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정체불명의 외국군과 헬기의 공격을 받았다면서 미군 주도 연합군에 항의했다. 하지만 미군은 해당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yeh2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