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전세기'로 중동 탈출하는 부자들…100만 관광객은 발묶여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후폭풍…중동 항공편 1만1000편 결항 '대혼란'
두바이 공항 폐쇄에 '탈출 행렬'…일부는 육로로 오만·사우디 이동 후 전세기 탑승

2일 카타르 도하를 거쳐 스위스로 향하는 항공편이 결항되자 호주 시드니 공항의 이용객들이 발이 묶여 있다. 2026.3.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의 하늘길이 막혀 극심한 혼란을 빚고 있다. 부유층은 최대 5억 원에 달하는 전세기를 타고 탈출하는 반면 일반 관광객 100만 명은 꼼짝없이 발이 묶였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이란이 보복에 나서자 이란·이라크·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주요국 영공이 폐쇄됐다. 항공정보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현재까지 항공편 최소 1만 1000편이 취소됐다.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특히 세계적인 관광지인 두바이의 피해가 컸다. 두바이 국제공항이 폐쇄되면서 수많은 관광객이 호텔과 공항, 크루즈선에 고립됐다.

UAE 정부가 발 묶인 관광객들의 숙식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일부 호텔에서 추가 요금을 요구하며 현장의 혼란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반면 부유층들은 대체 경로를 찾아 중동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들은 차로 4시간에서 10시간을 달려 공항이 정상 운항 중인 오만 무스카트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개인 전세기를 이용해 유럽 등지로 향하고 있다.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세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 전세기 중개업체에 따르면 리야드에서 유럽으로 가는 전세기 비용은 편도 기준 최대 35만 달러(약 5억 1300만 원)까지 급등했다. 평소보다 몇 배나 비싼 가격이지만 탈출이 시급한 이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중동 항공 대란은 전 세계 항공망에 연쇄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두바이와 도하 등 중동의 주요 공항들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잇는 핵심 허브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러시아 북쪽의 좁은 '코카서스 항로'로 우회하고 있으나 비행시간과 유류비 증가로 인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일부 노선이 무기한 중단되고 중동 내 공항들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의 항공 분석가 존 스트릭랜드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이번 혼란은 고객뿐 아니라 승무원과 항공기에도 해당하는 문제"라며 "영향을 받은 이들의 규모가 엄청나고 절차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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