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몰린 이란, 석유 부국들 마구잡이 공격…걸프 6개국 참전하나

걸프국 공격하면 美에 긴장완화 압박 기대했다가 후폭풍
UAE 등 '적극적 방어' 거론…이란 군시설 직접 타격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이 작년 11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린 미국-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이란이 미국 공습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잃고 이웃 석유 부국들에 마구잡이 보복을 가하면서 중동 전체로 전운이 번지고 있다. 미국의 이란 공격을 말리던 걸프국들이 이제는 이란 응징을 다짐하고 나섰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달 28일 미국 공습을 받은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등 걸프 6개국을 비롯해 이스라엘, 요르단, 이라크까지 9개 이상의 중동 국가를 공격했다.

사우디에선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정유공장이 이란 드론 공격을 받고 가동을 중단했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을 중재한 오만도 항구를 공격당했다.

UAE에만 이란 탄도미사일 165발과 드론 541대가 날아왔다. 대다수가 요격되긴 했지만 3명이 숨지고 58명이 다쳤다. 세계적인 관광지 두바이의 고층 호텔에 이란 드론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란 공격으로 연기 치솟는 UAE 두바이. 플래닛 랩스 PBC가 촬영한 위성사진. 2026.03.01 ⓒ AFP=뉴스1
바레인 마나마의 건물이 이란 드론 공격으로 불타고 있다. 2026.02.28 ⓒ 로이터=뉴스1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막강한 입김을 행사하는 석유 부국들을 공격하면 이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빠른 긴장 완화를 압박할 것이라고 계산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동의 '오일머니' 국가들은 당초 트럼프의 이란 공격을 뜯어말렸지만 이란의 무차별적인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공항, 항구, 호텔 등 민간 피해가 속출하자 격노하고 있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대통령실 외교 고문은 "이란이 걸프국과 국민들에게 '사실은 우리가 당신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완전히 비이성적이고 매우 근시안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사우디, UAE 등은 역사적으로 이슬람 종파가 다른 이란과 역내 주도권 다툼을 벌였지만 최근 수년 사이 긴장 완화를 추구해 왔다. 대미 의존 전략만으로는 끊임없는 중동 분쟁의 불씨를 끌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이란의 무차별 보복을 마주한 걸프국들은 이란과의 관계 개선이 아닌 정권 교체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걸프국들이 이란 내부의 미사일·드론 발사 기지를 직접 타격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윌리엄 웩슬러 애틀랜틱카운슬 중동담당 국장은 "걸프국의 많은 이들이 토요일 아침 미국과 이스라엘에 분노하다가 밤에는 이란에 분노하며 잠자리에 들었다"고 말했다.

가르가시 고문은 "수동적 방어가 아닌 적극적 방어가 필요해졌다"며 "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겠지만 우리에게도 자체적 역량이 있다. 비례적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레인 소재 국제전략연구소(IISS-M)의 마틴 샘슨 소장은 "이란은 선을 넘었다"며 "사태가 걸프국의 경제와 사회적 미래를 위협하는 문제로 비화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 공격에 맞서 정당한 자위권을 행사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우리한테 전쟁을 멈추라고 압박하지 마라. 반대쪽(미국과 이스라엘)을 압박하라"고 말했다.

ezy@news1.kr